삼성전자(005930)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 이어 낸드플래시 라인에 8조원 넘는 투자를 진행한다. 지난달 21일 극자외선(EUV) 파운드리 공정에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지 11일 만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미중 무역분쟁 격화,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등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초격차 행보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투자규모는 8조~9조원 내외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평택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한 클린룸 공사에 착수했으며 내년 하반기 해당 라인을 통해 6세대(1xx단) V낸드 이상의 첨단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언택트 경제’ 확산으로 서버에 탑재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고부가가치 낸드플래시 제품 수요가 확대되는 데 대응하겠다는 투자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반도체 시설 투자에 지난해 같은 기간(3조6,000억원) 대비 2배 가까운 6조원을 쏟아부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10조원을 파운드리 공정에 투자했다. 이대로라면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투자액은 지난해 연간 투자액(22조5,649억원)을 가볍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환경 탓에 투자 결정이 어려운 가운데도 삼성전자가 과감한 투자행보를 보이는 것은 이병철 창업주, 이건희 회장 등으로 이어진 ‘오너 경영’의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최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 부사장은 “이번 투자는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메모리 초격차를 더욱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최고의 제품으로 고객 수요에 차질없이 대응해 국가 경제와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