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편의점으로의 고객 쏠림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쿠팡 물류센터 발(發) 집단감염 이후로 장보기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편의점이 장보기 분야에서도 슈퍼마켓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일 편의점 GS25는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본격화된 5월13일부터 30일까지 결제 수단별 사용 비중을 분석한 결과 카드(신용·체크·선불 포함) 결제 비중이 86.1%까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가장 높은 카드 결제 비중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로는 12.1%포인트, 전월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9.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 이간 편의점에서 카드 사용이 늘었다는 것은 긴급재난지원금을 현금이나 지역상품권이 아닌 신용카드로 받은 소비자들이 편의점을 대거 찾았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월31일 기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인 2,171만 가구 중 카드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하거나 지급 받은 가구는 1,696만 가구로 전체의 78.1%다. 10가구 중 약 8가구가 카드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한 것이다. 금액으로는 카드로 신청된 긴급재난지원금이 11조1,384억 원으로, 현금 또는 상품권으로 신청된 2조2,898억 원보다 8조8,486억 원이 많다.
GS25 관계자는 “카드로 풀린 11조 원 규모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하려는 고객 수요가 편의점에 몰리면서 카드 결제 비중이 급증했다”면서 “편의점은 비싸다는 선입견을 깨고 보다 알뜰한 장보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카드사와 연계한 행사를 벌이고 1,000여 종 이상의 기획 상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긴급재난지원금 때문에 편의점에 고객이 몰리는 상황에서 지난주 쿠팡 경기도 부천 물류센터와 마켓컬리 서울 장지동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편의점 고객은 더 늘었다. 식료품 새벽배송을 비롯해 택배 상품 전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퍼지면서 급하게 생필품을 사야 하는 소비자들이 편의점으로 몰렸다.
실제로 GS25에서는 지난 주말인 5월29∼31일(금~일요일) 기저귀 등 유아용품 매출이 전주 같은 요일 대비 61.8% 증가했다. 기저귀같이 급하게 필요한 상품 뿐 아니라 두부류(+ 60.5%), 과일류(+53.5%), 요리·반찬류(50.2%) 등 그야말로 ‘장바구니 아이템’도 판매가 늘었다. GS25 관계자는 “지난 주말 편의점 장보기가 확대된 것은 아무래도 쿠팡 사태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는 이처럼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GS25는 NH농협카드와 삼성카드로 과일이나 쌀을 구매할 경우 20% 청구 할인 받을 수 있는 행사 등을 기획했고 이마트24는 6월 한 달간 상품 1,640종을 1+1, 2+1, 가격할인 등 행사상품으로 판매한다. 세븐일레븐도 이달 5,000원 이상 구매하면 2,000원 모바일상품권을 20억 원 어치 주는 선물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GS25 관계자는 “편의점은 코로나19로 근거리 쇼핑 플랫폼의 중심으로 거듭났다”면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알뜰 쇼핑 환경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