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애폴리스 내 씨티은행 지점 창문에 작업자들이 보드판을 덧대고 있다. /AFP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0.3~0.6%씩 올랐습니다. 지난 주말 동안 미네소타주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인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압박해 숨지게 한 사건에 대한 항의시위가 소요사태로 번지면서 시장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봤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렵게 문을 연 상점들이 다시 철수하고 소비심리와 여행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증시는 오르는 것이죠.
경제재개에 대한 희망이라고는 하지만 월가에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긴 합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과 비슷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1968년인데요.
미 경제방송 CNBC와 AP통신에 따르면 1968년 1월30일 북베트남이 ‘구정 대공세’를 시작해 미군과 남베트남을 공격했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거친 반전 시위가 벌어졌죠. 그해 4월4일에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암살당했습니다. 그 결과 미 전역에서 폭동이 일어났습니다. 이번 플로이드 사태 이전 동시다발적인 야간통금령이 내려진 게 이때였습니다. 10월16일에는 멕시코 올림픽에 참가한 흑인 육상선수 존 카를로스와 톰 스미스가 인종차별에 항의하며 시상식에서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들어 보일 정도였습니다. 미국 내에서 인종갈등이 극심할 때죠. 지금과 유사합니다.
여기에 홍콩독감(H3N2)도 있었습니다. 1968년 발생한 홍콩독감이 팬데믹(대유행)이 되면서 미국 내에서만 10만명가량이 죽고 전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을 넘으니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때도 대통령 선거가 있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상원의원이 6월5일 암살을 당하면서 민주당 경선이 매우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결국 공화당 후보였던 리처드 닉슨이 당선됐죠. 올 11월에도 대선이 있습니다. 이번 대선도 시위 사태와 미중 갈등, 코로나19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습니다. 톰 리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리서치 헤드는 “1968년은 미국을 뒤흔든 해였고 그 해에 많은 소란스러운 사건과 폭력이 일어났다”며 “그럼에도 주식시장은 견실한 성적을 거뒀다”며 “이는 주식과 현실 세계가 항상 연결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고 했습니다.
시장이 꼭 이성적일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니콜라스 콜라스 데이터트랙 리서치 공동창업자는 “현재 주식과 회사채처럼 위험이 큰 자산을 조심해야 할 뚜렷한 이유들이 많다”며 “역사는 수십 년 간 시장이 많은 종류의 떠들썩한 사건을 못 본 체하고 지나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직관적으로 봐도 이해가 안 되고 심지어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때로는 억지로 이유를 찾기보다 이런 시장의 성질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하나 봅니다.
다만, 현재의 상승세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듯합니다. 마크 해켓 네이션와이드 투자연구소장은 “전례가 없는 랠리에 시장이 잠시 휴식을 취해야 할 것”이라며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