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간밤(지난 1일)의 통화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사실상의 반중(反中) 연합 전선 참여로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이디어대로 G7 체제를 한국을 포함한 G11 또는 G12로 확대하기 위해선 ‘전 회원국 동의’라는 현실적 벽을 넘어야 한다는 숙제도 남았다.
文대통령의 올해 첫 순방지는 미국? |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변수다. 코로나19의 확산 추이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최 시기 등이 불투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현지시간) 한국을 G7 회의에 초청하며 시기를 9월 또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가 될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지난 1일 기준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내 누적사망자 수는 10만 4,319명으로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많다. 같은 날 총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1만 6,817명 증가해 178만 6,593명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검토했던 대로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대면회의로 열겠다는 뜻을 밝히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 지난해 6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연합뉴스
시진핑 방한 앞뒀는데...중국과의 관계는? |
그러던 문 대통령이 사실상 반중 노선 구축을 위한 G7 정상회의 초청에 즉각 수락하며 중국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올해 G7 회의의 주요 의제는 중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앨리사 파라 백악관 전략소통국장은 “(4개국 초청은) 전통적 동맹국,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나라들과 함께 중국의 미래에 관해 논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도 올해 안으로 예정돼 있어 껄끄러운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문 대통령의 방미가 먼저 이뤄질 경우, G2 국가인 중국을 배제한 정상회의 이후 시 주석과 독대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 관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연합뉴스
G20에서 G12로? 한국, 선진국 대열 합류하나? |
두 정상은 브라질을 ‘G7+알파’에 포함시키는 문제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한국 등 4개국을 포함한 G11 체제에 브라질을 더할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대한 의견을 구하자 문 대통령은 “인구, 경제규모, 지역 대표성 등을 감안할 때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생각”이라며 “그런 방향으로 노력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G7 확대안에 대해 두 정상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회원국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현재 가입된 국가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G7의 현재 회원국 중 강제징용 배상 판결, 수출규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지난달 31일까지 수출 규제 철회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에 공식적인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의 G7 초청과 관련해 “아시아에서 유일한 G7 참가국이라는 일본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외무성 간부의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