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규덕씨/연합뉴스
‘박치기왕’ 김일, ‘비호’ 장영철과 더불어 1960∼1970년대 한국 초창기 프로레슬링을 이끌었던 ‘당수왕’ 천규덕(사진)씨가 2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고인은 이미 세상을 떠난 김일·장영철과 함께 프로레슬러 트로이카로 이름을 떨친 스포츠 스타였다. 전쟁 직후의 혼란과 가난을 이겨내야 했던 국민들은 당시 검은 타이츠를 입고 필살기인 당수로 거구의 서양 선수를 쓰러뜨리는 고인의 활약에 환호하며 시름을 잊었다.
지난 1932년 부산에서 태어난 천씨는 프로레슬러가 되기 전 현역 군인이자 태권도 유단자였다. 부산의 한 전파상 앞에서 역도산의 프로레슬링 경기를 TV로 본 후 프로레슬링 선수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1960년 프로레슬링에 입문한 천씨는 남들보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태권도 유단자였던 덕에 프로레슬링 기술을 빠르게 습득했다. 특히 우월한 신체능력과 강력한 팔이 일품이었다.
부산에서 프로레슬링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자 스승이자 동료였던 장영철과 함께 서울로 활동무대를 옮기고 1963년 정식으로 프로레슬링에 데뷔했다. 그해 4월 그는 레슬링과 당수를 접목한 자신만의 기술로 상대를 모두 제압하며 한국 프로레슬링 주니어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으며 1975년 한국 프로레슬링 헤비급 챔피언, 1978년 극동 태그매치 챔피언의 영예를 안았다.
프로레슬링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인은 20여년을 선수로 보낸 뒤 1984년 은퇴한 후에도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왔지만 지병으로 인해 요양병원에서 투병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탤런트 천호진과 수진씨가 있다. 빈소는 나은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4일 오전5시30분이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