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정복되나…한인과학자 '만능줄기세포'로 치료 성공

KAIST출신 김광수 하버드대 교수 성과
피부세포를 도파민 분비 뇌세포로 변환
FDA 요청 임상 결과 환자 운동능력 회복
"후속 임상 거쳐 10년뒤 보편적 치료될듯"

김광수 교수팀이 맞춤형 줄기세포를 적용한 파킨슨병 환자 임상시험 결과. 환자의 체세포(왼쪽)를 줄기세포(가운데) 상태로 되돌린 뒤 이를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환자의 뇌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자료제공=KAIST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졸업한 재미한인 과학자가 세계 최초로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활용해 파킨슨병을 치료하는데 성공했다. 환자의 피부세포를 줄기세포 상태로 되돌린 뒤 이를 다시 뇌에 이식해 사멸된 신경세포로 되살린 것이다.

KAIST는 김광수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 겸 맥린병원 분자신경생물학 실험실 소장이 이 같은 임상시험 성과를 냈다고 2일 밝혔다. 김 교수는 KAIST 생명과학과 석·박사 졸업생(1983년) 출신이며 KAIST 해외초빙 석좌교수 및 총장 자문위원직도 맡고 있다.

맞춤형 줄기세포를 활용한 파킨슨병 치료 과정 모식도.우선 환자의 섬유아세포(fibroblast cell)을 ‘유도만능 줄기세포(iPS)’상태로 역분화시킨다. 이를 다시 도파민을 분비하는 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 전구세포(dopamine progenitor)로 분화시킨 뒤 세포배양(cell harvest)해 환자의 뇌에 이식한다. /자료제공=KAIST

파킨슨병은 뇌 속에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사멸해 발병한다. 김 교수팀은 환자의 피부세포를 도파민 신경세포로 만드는 ‘역분화 줄기세포’ 기술로 파킨슨병 환자를 임상 치료하는 성과를 냈다. 맞춤형 줄기세포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체세포를 안정적으로 줄기세포로 전환한 뒤 이를 다시 도파민 세포로 분화시켜 뇌에 이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고효율로 진행돼야 하며 유해성과 부작용을 차단해야 성공할 수 있는 고난도 작업이다.


김 교수팀은 앞서 지난 2009년 도파민 신경세포가 어떻게 분화하는지를 규명했다. 2009년과 2011년에는 바이러스를 사용하지 않고도 환자의 세포로부터 ‘유도 만능 줄기세포’를 제작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파킨슨병동물모델에 적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이어서 2017년에는 역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사변화의 원리를 밝혀 임상시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역분화기술을 개발해 발표했다. 해당 역분화 기술은 201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었다.

맞춤형줄기세포를 파킨슨환자에게 이식하기 위한 수술작업을 진행 중인 의료진./사진제공=KAIST

김 교수는 2017년 FDA의 요청으로 해당 역분화기술을 활용해 69세의 파킨슨병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을 개시했다. 이에 따라 2017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해당 환자에 대해 세계 최초로 도파민 신경세포를 면역체계 거부반응 없이 작용하도록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그후 2년여간 PET, MRI영상 등을 통해 후속 테스트를 거쳤으며 마침내 지난 5월 임상치료에 성공했다는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김 교수팀이 이식 수술을 진행한 환자는 의사이자 사업가 겸 발명가인 조지 로페즈(George Lopez)다. 그는 맞춤형 줄기세포의 신속한 연구와 파킨슨병 정복을 위해 애써 달라며 김 교수팀을 꾸준히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로페즈는 이번 임상시험 후 면역체계의 거부반응 없이 구두끈을 다시 묶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영과 자전거를 탈 정도로 운동능력을 회복했다. 로페즈의 뇌 이식 수술을 집도한 미국 매사추세츠 제너럴 병원 의사인 제프리 슈바이처 박사는 “매우 고무적인 임상 치료결과”라고 평가했다.

김광수 하버드의대 교수

김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의 배경에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일본의 신야 야마나카 교수가 개발한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제조 기술이 있다. 2017년에는 한 연구팀이 이 기술을 활용해 황반변성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본인의 iPS를 이용한 세포치료를 시도했다는 논문이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환자에게서 증세 호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따라서 iPS를 활용한 뇌 질환 환자치료 성공 사례는 김 교수팀의 연구가 세계 최초다.

김 교수는 ”향후 안정성과 효능성 입증을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이 필요하며 FDA의 승인을 위해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10여 년 정도 후속 연구를 계속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맞춤형 세포치료가 파킨슨병 치료를 위한 또 하나의 보편적인 치료 방법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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