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연일 확산되는 가운데 중국 언론이 미국을 비난하는 데 시위를 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대두와 돼지고기 등 일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단할 것을 자국 국영기업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흑인 시위 이슈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비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제보복 카드를 동원하는 등 파상적인 대미 공세에 나서는 모습이다.

1일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독립선언문에 나타난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문구는 미국에서 현실로 나타나기 어렵다”며 플로이드의 사망과 미국 내 인종차별 문제를 언급했다. 매체는 “바이러스는 사람들을 차별하지 않지만 인종차별주의는 그렇게 한다”며 “오랜 인종차별과 함께 봉쇄로 인해 수개월 동안 계속된 실업과 개인의 자유에 대한 걱정, 미래에 대한 우려가 이 폭탄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고, 폭발은 폭력 시위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오는 11월 선거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타임스는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미국학 연구위원을 인용, “미국 사회를 양극화하기 위해 인종 문제를 이용하는 것은 저교육·저임금 백인으로부터의 지지를 강화하기 위한 트럼프의 오랜 전략”이라고 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구체적으로 “흑인 사회로부터의 표는 트럼프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4년 전 트럼프는 흑인 유권자 중 8%의 지지만 얻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매체들은 단순히 시위를 조명하는 것을 넘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 대통령’으로, 미국을 ‘실패한 국가’라고 부르는 등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시위 사태를 지난해 홍콩 시위와 연결지었다. SCMP는 “미국의 시위는 많은 중국 소셜미디어 사용자들로 하여금 지난해 홍콩 사회가 불안했던 데 미국이 역할을 했다는 비난을 반복하게 하고 있다”며 “한 웨이보 사용자는 ‘미국은 내정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간섭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칼럼에서도 지난해 홍콩 시위를 부추겼던 미국이 흑인 사망 항의 시위를 폭동이라고 하는 것은 ‘이중 잣대’라며, 미국이 정치 시스템 쇠퇴와 경제 악화로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대미 공세 고삐를 바짝 조일 태세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 관리들이 자국의 최대 곡물 회사인 중량(中糧)그룹(COFCO)과 중국비축양곡관리공사(Sinograin) 등 주요 국영 회사에 대두를 포함한 일부 농산물 구매를 중지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 바이어들이 미국산 돼지고기 주문도 취소했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의 지시로 구매가 중지·취소된 품목의 규모와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통신은 중국의 이번 조치를 두고 “어렵게 성사된 1단계 무역 합의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음을 보여주는 최신 징후”라고 분석했다. /김연하·곽윤아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