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상 명분이 없다"…임금협상 타이밍 재는 車노조

현대차 노조 "지금 교섭하면 결과도 못내고 매도당해"
'위기' 공감하지만 노사 입장 달라 '장기전' 가능성도

이상수 현대차 노조위원장./연합뉴스
“회사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데 (사측과)교섭에 들어가면 (원하는)결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국민으로부터 또 다시 우리만의 투쟁으로 매도당할 게 뻔하다.”

올해 임금협상을 앞둔 국내 최대 노동조합 현대자동차 노조의 고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완성차 업계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2~3개월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각 회사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 돌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협상을 빠르게 시작하자니 유례없는 판매 위기를 겪은 상황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 그러나 조합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이익을 가져다줘야 하는 것도 노조의 현실이다. 업계에선 노조가 여론의 추이를 고려하면서도 무작정 양보만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아차(000270) 노사협상은 전통적으로 현대차 협상 추이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도 현대차 협상 상황에 따라 상황이 전개될 것으로 업계에선 예측하고 있다. 역시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인 한국GM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한국GM의 판매량은 수출량 급감 영향으로 전년 동월 4만1,060대에서 39.7% 떨어진 2만4,778대에 그쳤다. 이 상황에서는 노조도 임금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GM 노조는 오는 10일 확대간부합숙교육을 열어 회사 경영현황을 공유한 뒤 이달 중순께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임금요구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이달 말쯤 임금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하고 본교섭에 돌입한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재 수출 시장, 특히 주요 시장인 북미의 상황을 주의 지켜보고 있다”며 “코로나19 추세를 아직 예측할 수 없어 경영 정상화에 대해서도 확신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미국에서 최근 불거진 백인 경찰관의 흑인 ‘살해’ 관련 시위가 격화하면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 각 회사 노사가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노조가 처음부터 양보하는 자세로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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