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초격차 전략만이 한국 경제 살리는 길

삼성전자가 8조원을 투자해 경기도 평택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3.3%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나머지 시장은 키옥시아·웨스턴디지털·SK하이닉스 등 6개 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이미 최강자인 삼성전자가 큰 투자에 나서는 것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원가경쟁력을 높이고 시장점유율을 더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커질수록 나머지 시장 참여자는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투자 결정은 D램 시장의 경험에서 나왔다. D램 시장에도 여러 업체가 있었지만 삼성전자의 공격적 투자와 기술개발이 계속되자 경쟁력이 떨어지는 업체는 하나둘 사라졌다. 마침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3개 업체의 독과점구도가 형성돼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


경쟁 상대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 차이를 추구하는 이른바 초격차 전략은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유효하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는 카타르로부터 100척가량의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수주했다. 금액은 23조6,000억원에 달한다. 조선 빅3가 이렇게 막대한 물량을 수주한 원동력은 탁월한 LNG선 건조 능력에 있다. LNG선 시장은 과거에 일본이 휩쓸었지만 한국은 일본에 비해 적재용량이 40%나 더 큰 멤브레인 화물창(창고)을 개발해 제칠 수 있었다.

세계가 무한경쟁을 벌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초격차 기술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최소한 5~10대 주력산업에서만큼은 후발 경쟁국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기술우위를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최고 수준인 반도체와 조선마저 중국이 뒤를 바짝 쫓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낸드플래시만 해도 중국과의 기술격차는 불과 2~3년에 불과하다. 조선에서는 건조기술에서 차이가 나도 중국 정부의 막대한 금융지원 탓에 우리가 추가 수주를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 주력산업의 초격차 노력에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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