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아니어도 통한다"…'복고' 열풍 올라타니 주가도 '승승장구'

'진로이스백' 인기에 하이트진로, 10년來 최고가
삼천리자전거,농심 등도 주가 고공행진 신바람
IT·SW 등 첨단산업만이 유일한 투자 전략아냐
“과거의 것이 새문화로 발전할 가능성 주시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세상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는 정보통신(IT)·소프트웨어·바이오 등 첨단 산업이 이끄는 주식시장에서 과거(지향적) 비즈니스를 펼치는 업체가 입지를 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달라질 세상에만 착안해 새로운 기술을 쫓는 것만이 유일한 투자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레트로 비즈니스로 반등기회 잡은 ‘하이트진로(000080)’



‘진로 이즈 백’의 모습/사진제공=하이트진로
2일 하이트진로는 전 거래일보다 0.13% 오른 3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한때 3만9,5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으며 10년 간 최고점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 업체의 주가는 올해 연초(1월 2일)보다 34%가량 올랐다. 하이트진로를 제2의 전성기로 이끈 데는 뉴트로 제품인 ‘진로 이즈 백’의 공이 컸다. 뉴트로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원조 소주 브랜드인 ‘진로’의 과거의 병 모양을 복원해 복고풍 분위기를 연출한 것이 젊은 층에 제대로 먹힌 것이다. 이런 호조에 힘입어 2013년 44% 수준이었던 하이트진로의 소주 시장점유율이 올해 말 70%를 넘길 것으로 증권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과거 동일 비즈니스로 새 기회 잡은 삼천리자전거(024950)·농심(004370)




5월 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있다./연합뉴스

자전거도 코로나 19의 수혜 업종으로 부상 중이다. 전일 상한가로 마감한 삼천리자전거는 이날 5.63% 오른 1만2,2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1일보다 100.66% 급등한 수치다. 몇 년간 우하향했던 삼천리자전거는 오랜 시간 주식시장에서 소외돼 있었고 증권사들도 2016년 11월 이후로 기업 분석 보고서조차 발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급격히 화색이 도는 모습이다. 공중 체육시설을 기피하고 혼자 운동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대안으로 선택하며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2월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라면을 구매하고 있다./권욱 기자

농심도 별다른 신제품 출시 없이 기존 제품 재조명만으로 몸값을 높이고 있다. 코로나 19 충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상승 곡선을 그려온 농심은 이날 전 장과 동일한 32만5,500원에 장을 종료했다. 이런 호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라면 사재기 효과가 컸지만 해외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도 주효한 요인으로 꼽힌다. 영화 ‘기생충’ 흥행으로 짜파구리에 대한 해외 소비자 관심이 증대되며 라면 소비 시장의 저변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비록 한국인에게 익숙한 라면이었지만 해외 소비자에게는 ‘진부함’이 아닌 ‘신선함’으로 다가간 것이 사업 기회가 된 것이다.





“과거의 것이 새로움으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 고민해야”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개될 새로운 세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첨단 기술만이 유일한 투자 전략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카카오를 아우르는 정보통신·소프트웨어 기업이 산업의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보이지만 문화콘텐츠의 경우는 늘 새로운 것만이 대안으로 주목받지는 않는다. 기술 분야에서는 과거의 것은 늘 새 기술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 구시대의 것이 주류로 재등장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기술만이 기회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만 문화에서는 클래식도 주류가 될 수 있다”면서 “복고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 유행이 아닌 구조적 흐름을 띄고 있어 과거의 것이 새로운 문화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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