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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005380) 노조는 2일 소식지를 내고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장기불황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노동자들에 대한 고통분담 요구가 거센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회사의 이익이 창출되지 않는 구조에서 교섭에 들어간다면 결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국민으로부터 또다시 우리만의 투쟁으로 매도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회사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내야 하는 노조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현대차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해외 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지난 4월 약 70%, 지난달 약 50% 급감했다. 임금 인상의 명분이 약해진 상황에서 자신들을 뽑아준 조합원들에게는 ‘체면치레’를 해야 하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현대차 노조는 “현재로서는 조합원의 고용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며, 조합원들은 답답하겠지만 노동조합을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현대차 노조는 일단 이달 말까지는 사측에 요구할 안을 확정해 다음달 협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예년보다 약 2~3개월 늦어진 일정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일정이 더 늦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 말대로 현재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사측도 줄 것이 없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안이 더 늦어질 수 있다”며 “사측도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는 올해 실적을 기준으로 협상을 준비하고 있어 노사 간 ‘줄다리기’는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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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완성차 업체도 비슷한 상황이다.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인 한국GM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한국GM의 판매량은 수출량 급감 영향으로 전년 동월 4만1,060대에서 39.7% 떨어진 2만4,778대에 그쳤다. 이 상황에서는 노조도 임금인상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는 분석이다. 한국GM 관계자는 “현재 수출 시장, 특히 주요 시장인 북미의 상황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코로나19 추세를 아직 예측할 수 없어 경영 정상화에 대해서도 확신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미국에서 최근 불거진 백인 경찰관의 흑인 ‘살해’ 관련 시위가 격화하면서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변수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건 각 회사 노사가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노조가 처음부터 양보하는 자세로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