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스카이72 오션코스에서 열린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 맞추는 전인지. /사진제공=KLPGA
스카이72 오션코스 18번홀.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와 인천국제공항공사 간 임대계약 문제가 감사원의 판단을 통해 해법을 찾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도권 최대 규모 골프장인 스카이72는 인천 영종도의 인천공항공사 땅을 빌려 2005년부터 연평균 약 100억원의 임대료를 내고 15년간 영업해왔다. 올해 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가운데 골프장은 계약 연장을 요구하는 반면 공사는 입찰을 통한 새 사업자 선정을 계획하고 있다. 곧 공고를 내고 8월에 운영자를 확정해 내년 1월부터 영업하게 한다는 것이다.
양측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스카이72는 감사원의 해석을 들어보려 하고 있다. 감사원은 불명확한 법령·규정 해석 탓에 자체적인 판단이 어려운 공공기관 등의 사업에 있어 사전컨설팅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종 의견서는 신청 한두 달 뒤에 받아볼 수 있으며 의견서대로 처리한 업무는 개인 비위가 없는 한 책임을 면해준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도 핀테크 박람회 대행사와 계약 과정에서 이 제도를 활용했다. 이번 골프장 계약 건은 인천공항공사의 상급기관인 국토교통부가 신청해야 컨설팅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공사에 한 차례 감사원 컨설팅을 제안했던 스카이72는 조만간 다시 관련 제안을 보낼 예정이다.
스카이72의 총 72홀 가운데 바다코스인 54홀이 인천공항 제5활주로 부지에 있다. 5활주로는 2024년으로 예정된 4활주로 준공 이후에 착공 예정이다. 새 사업자가 들어오더라도 몇 년 영업하고 ‘방’을 빼야 할 가능성이 크다. 스카이72 측의 주장은 새 사업자를 맞을 경우 세금(법인세·취득세)과 스카이72에 넘겨야 할 지상권(건물·시설), 유익비(토지 가치 상승에 대한 보상)는 물론 5활주로 착공 시의 철거비까지 공사가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카이72 법무팀은 이 돈이 총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같은 출혈을 감수하느니 계약을 연장하는 편이 낫지 않겠냐는 게 골프장 측 의견이다. 반면 공사는 약 1,000억원으로 평가되는 골프장 지상권을 무상으로 넘겨받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02년 실시협약 당시 계약서에도 골프장 측이 지상물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조항이 현재 효력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양측 의견이 엇갈린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대로 올해 말을 넘겨 공사는 토지반환, 스카이72는 지상물매수청구와 관련한 소송으로 법적 분쟁에 들어가는 것이다. 공사는 과거 민사소송을 통해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진입도로 부지를 무상 청구한 적이 있다. 2014년부터 2년간 이어진 소송을 통해 스카이72는 땅을 내놓아야 했고 공사는 손실보상금 89억원을 물어야 했다. 공사 측은 골프장 계약과 관련해 “상대(스카이72)가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입찰절차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스카이72는 2008년부터 11년간이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를 개최해 국내외 골프팬들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스카이72 측은 “개장 후 15년간 나름대로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가 이번 줄다리기로 훼손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새 사업자가 선정된다면 그동안 스카이72가 쌓아놓은 무형의 가치를 투자비도 없이 가져가는 셈 아니냐”라며 안타까워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