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3세대 신형 ‘K5’가 중형 세단의 절대 강자인 현대자동차 ‘쏘나타’를 제치고 3개월 연속 국내 판매량 1위에 올랐다. 지난 2010년 출시 이후 10년간 K5 판매량이 쏘나타를 3개월 연속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는 K5와 쏘나타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면서 현대·기아차(000270)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고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5는 지난달 국내에서 7,709대가 팔려 쏘나타(5,827대)를 앞질렀다. 지난 3월 8,193대를 팔며 쏘나타(7,253대)를 제치고 중형 세단 판매 1위에 올라선 이후 3개월 연속이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전체 판매량에서도 K5는 3만6,252대로 쏘나타(2만9,910대)를 제치고 명실공히 중형 세단 베스트셀링카에 등극했다.
지난 2010년 5월 K5가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9년여 간 월별 판매량에서 K5가 쏘나타를 제친 것은 고작 3개월 뿐이다. ‘신차 효과’를 누렸던 2010년 6월과 7월, 출시 이듬해인 2011년 10월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3세대 신형 K5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올 들어 5월까지 2월 한 달을 제외하고 월별 판매 기준으로 K5가 모두 쏘나타를 앞질렀다. 특히 최근 3개월 연속 쏘나타를 따돌리며 중형 세단의 새로운 ‘간판’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부터 10년 간 6번 이상 10만대 클럽에 가입했을 정도로 명실상부한 최강 중형 세단 쏘나타를 K5가 앞지른 것은 국내 자동차 역사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국내 중형 세단 시장을 양분하는 두 차종이 선의의 경쟁을 펼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K5 돌풍’의 비결은 젊고 역동적인 디자인과 다양한 동력기관 동시 출시에 따른 고객 선택폭 확대가 꼽힌다. K5는 기아차가 지난해 9월 영입한 카림 하비브 기아디자인센터장(전무)의 첫 작품이다. 그는 인피니티 수석디자이너 출신으로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K5의 디자인 성공은 구매고객 분석에서 나타난다. 기아차에 따르면 3세대 K5 고객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54%로 절반을 넘는다. 소형차가 아니고 스포츠유틸리티(SUV)도 아니지만 20대 구매비중은 무려 25%에 달한다. ‘중년의 차’로 여겨졌던 중형 세단이지만 강렬한 디자인 변화가 젊은 고객들의 마음을 흔든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통상적인 신차 출시 전략을 뒤집은 ‘올쇼’(All Show) 전략도 한몫 했다. 완성차 업체들은 신차를 출시할 때 가장 인기있는 내연기관을 먼저 출시한 후 시장 반응에 따라 새로운 모델을 추가한다. 하지만 K5는 이 같은 과거 전략을 깨고 가솔린 2.0, 가솔린 1.6 터보, LPi 2.0, 하이브리드 2.0 등 4개 모델을 한꺼번에 출시했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한꺼번에 기아차가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차종을 선보인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 들어 5월까지 각 모델별 판매 비중은 가솔린 2.0 40.3%, 가솔린 1.6 터보 37.5%, LPi 15.2%, 하이브리드 7%로 집계됐다. 기아차 한 관계자는 “차별화된 성능을 갖춘 2개의 가솔린 모델과 더불어 LPG와 하이브리드 모델도 함께 내놓아 다양한 고객 수요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라인업을 갖췄다”며 “내연기관에 따라 차이가 나는 성능, 연비, 승차감 등을 K5라는 단일 모델 안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고객에게 제공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쏘나타와 K5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고 새로운 시장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005380)는 조만간 고성능 모델인 쏘나타 N라인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모델의 출력이 다소 약하다는 고객들의 반응을 반영한 것이다. 2.5L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290마력, 최대토크 42.8㎏·m의 힘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와 K5가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다양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전체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며 “N라인은 기존 쏘나타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