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9일 중국 출장을 마치고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면서 검찰의 과잉수사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3일 재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이 기소의 타당성을 판단해 달라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것은 1년6개월째 이어진 이번 수사가 전형적인 ‘과잉수사’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재계·법조계에서는 검찰의 삼성 수가가 환부를 정확히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수사’가 아니라 혐의가 나올 때까지 파헤치는 ‘먼지떨이식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검찰수사심의위가 소집될 경우 이 사건의 기소·불기소 여부에 대해 심의하게 된다.
검찰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고 검찰의 권한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월 전국 검찰에 공문을 보내 “중요 사건 처리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내외부 협의체를 적극 활용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앞서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2017년 8월 “검찰이 불신을 받는 내용을 보면 ‘왜 그 수사를 했느냐’ ‘수사 착수 동기가 뭐냐’를 의심하는 경우가 있고 ‘과잉 수사다’ ‘수사가 너무 지체된다’는 문제제기도 많다”면서 “이런 부분도 검찰수사심의위로부터 점검받고 필요하다면 사후적으로도 수사하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삼성 수사에 대해 과잉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2018년 말부터 지금까지 1년6개월째 수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 임원 30여명은 100여차례나 검찰에 소환됐다. 당초 수사는 삼성바이오 회계 의혹에서 출발했지만 과거 특검에서도 수사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특히 삼성물산 합병은 2016년 12월 특검 수사가 시작된 뒤 4년 반 동안이나 같은 건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수사가 장기간 늘어지면서 피고인들은 물론 삼성그룹 전체가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에 검찰의 무리한 수사까지 더해지며 삼성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그야말로 ‘시계 제로’인 상태”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삼성바이오 사건은 애초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비판도 꾸준하게 제기된다. 삼성의 회계 이슈는 부실을 숨기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거나 가공한 사례가 아니라 삼성바이오에피스 회계처리 방식에 대한 판단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삼성바이오 관련 건은 애초 전 정부하에서 여러 번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고 한 사항인데 정권이 바뀐 후 분식회계로 돌변했다”며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주장은 회계학을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논란”이라고 말했다.
/이재용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