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연이 출간한 모듈러 건축 분야 신간 표지 이미지
“1990~2000년대엔 우리나라의 신도시 건설 속도를 따라올 나라가 없었죠. 개혁개방 이후 급증한 국민에게 빠른 주택보급이 시급했던 중국이 우리나라 토목·건축전문가들을 모셔다가 한 수 배우곤 했죠. 이젠 역전이 됐습니다. 우리가 몇 년 걸려 지을 신도시를 중국은 1년도 안돼 뚝딱 짓습니다. 모듈러건축기법을 적극 도입해서 입니다.”(대형 건설사 관계자)
전통적인 건축기법은 터파기와 기초공사로 지반을 다지고 그 위에 철근, 콘크리트 등으로 골조를 세우며 건설현장에서 1층부터 차근차근 지어 올리는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고층 아파트를 지으려면 최소 2~3년이 걸린다. 이를 불과 수십일만에 마칠 수 있는 신공법 바람이 불고 있다. 마치 자동차를 부품별 모듈로 제작해 최종조립하듯이 건축물의 각 부위를 제조공장에서 미리 만든 뒤 건설현장에서 한데 모아 조립하는 ‘모듈러 건축공법’이다.
중국이 급증한 자국 내 인구에 단기간에 주택보급을 위해 모듈러 건축공법을 적극 도입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 정부 연구기관이 이를 추격하기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모듈러 건축의 바이블 역할을 할 신간을 내놓았다. 건기연은 국내 모듈러 건축의 현주소를 집대성한 ‘똑똑하고 빠르게, 지속가능한 모듈러 건축’을 출간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책은 전국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모듈러 건축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지난 2003년이었지만 이후 17년간 국내 적용 성과와 기법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나선 것이다.
한승헌 건기연 원장은 “모듈러 건축은 기존의 현장 중심의 건설산업에서 공장 제작 중심의 제조산업으로 전환이 가능한 시스템으로 국내 건설산업의 혁신이며 미래의 방향” 이라며 “이번 자료집 발간은 모듈러 건축 산업의 시장 활성화와 기반 조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서적 출간은 건설연이 구축한 모듈러건축연구센터의 데이터베이스(DB) 덕분에 가능했다. 해당 센터는 국내 최초로 모듈러 건축 현황을 전수조사하여 건축실적(86건) 및 연구 논문(425건), 제작업체 특허기술(23건), 주요 연구과제(20건) 등의 국내 모듈러 건축 DB를 구축한 상태다. 건기연은 해당 DB를 통해 정책당국 및 건설업계가 모듈러 건축시장의 현황, 사업특성, 수요공급 전망, 제도개선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번에 발간한 신간도 모듈러 건축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모듈러 건축 산업의 민간 참여자를 위한 사업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건기연은 설명했다. 특히 공공기관의 입장에서는 발주 자료 및 모듈러 건축 관련 연구의 기초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신간은 모듈러 건축 관련 제도 변천 현황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모듈러 건축 신산업 생태계 조성의 장기적인 제도 개선 방향도 함께 다뤘다. 건기연은 “궁극적으로는 국내 모듈러 산업의 현재 위치와 기술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모듈러 건축 산업 기반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이번 신간 발간의 의미를 소개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