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오른쪽)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취임 인사차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이해찬 대표를 만나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배고플 때 빵을 사 먹을 수 있는 것이 자유”라고 말하며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소문만 무성하던 ‘기본소득’ 의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비대위 체제 전까지만 해도 ‘복지 포퓰리즘(대중적 인기 추종 정치) 방지법’을 제정하자던 통합당은 발칵 뒤집혔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실현을 못해도 정치적 의제를 선점하고 연구할 가치는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선 모임에 참가해 “보수가 지향하는 가치인 자유는 말로만 얘기하는 형식적 자유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전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 위원장은 “배고픈 사람이 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그 사람이 무슨 자유가 있겠느냐”고도 말했다.
곧바로 정치권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국가가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일정 소득을 주는 기본소득을 말한 것으로 공론화됐다. 국민 5,000만명에게 기초생활수급비 수준인 월 50만원만 지급해도 연간 300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국세 수입(약 293조원)을 볼 때 당장 실현하기는 불가능하다.
불만은 바로 터져 나왔다. 한 재선 의원은 “그런 방안은 당에서 전혀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도 “증세를 못하면 국채로 조달해야 하는데 다 미래 세대의 빚이 된다”고 반발했다. 장제원 의원은 전날 “유사 민주당, 유사 정의당”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이날도 “독선적 리더십, 비민주적 인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보수진영의 거센 저항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9월 발표한 경제정책 ‘민부론(民富論)’에서 ‘적재적소 선별적 복지’를 내걸고 국채로 복지 지출을 원천 금지하는 ‘복지 포퓰리즘 방지법’을 약속했는데 총선에서 참패한 후 보편적 복지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기본소득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의원총회에서 “(과감한 정책에) 너무 시비 걸지 말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정치적 수사’로서 의제를 선점했다는 시각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최근의 미국 폭동사태를 보듯 불평등을 눌러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우리 당이 불평등과 청년실업은 외면하는 정당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과감한 정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노련하게 마무리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기본소득은) 함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공감대가 있는 것과 가능하게 하는 것, 재원 확보는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이해찬(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취임 인사차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뼈 있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원 구성과 관련해 “이 대표가 7선으로 관록이 있으신 분이니 빨리 정상적인 개원이 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며 민주당의 단독 개원 움직임을 돌려서 지적했다. 이 대표는 “기본적인 법은 지키면서 협의할 것은 하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5일 개원이 명시된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열겠다는 뜻이다. /구경우·김혜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