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6월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석한 임수경 전 의원. /연합뉴스
임수경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1989년도 밀입북 관련 기밀문서 공개 여부가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된 가운데 외교부가 첫 답변서 제출 기한부터 뒤로 미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에 사건 소장이 접수된 것은 지난 4월24일이지만 외교부의 요구에 따라 재판 일정은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
법원에 따르면 정부법무공단의 김재방 변호사는 3일 임 전 의원 방북 관련 기밀문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소송과 관련해 외교부로부터 받은 소송위임장을 서울행정법원 제3부(유환우 부장판사)에 제출했다. 피고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소장 부본을 지난달 6일 송달받은 점을 감안하면 소송 대리인을 이례적으로 늦게 지정한 셈이다.
소송위임이 늦어졌다 보니 김 변호사는 답변서 제출기한 연장신청서까지 법원에 이날 함께 제출했다. 민사소송법은 소장 부본을 송달받은 피고가 그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작성, 재판부에 내도록 한다. 원칙적으로는 강 장관이 오는 5일까지 해당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법무공단 관계자는 서울경제 취재진의 문의에 “대리인 지정이 최근 이뤄져 답변서 연장신청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1989년 평양으로 밀입북한 임수경 전 의원이 김정일의 생모인 김정숙 동상에 헌화를 한 뒤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보수 성향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4월1일 “외교부는 임수경 방북과 관련된 모든 기밀문서를 공개하라”며 외교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당시 한변은 “국내 언론 보도 등 이미 다양한 형태로 알려진 사실이 담긴 외교문서조차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외교부 당국자가 비공개 이유로 든 이유는 정보공개법 제9조가 규정하는 ‘정보비공개’의 타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지난 14일 이를 거부하고 비공개 결정을 유지하겠다는 내용의 결정 통지서를 한변에 보냈다. 한변은 이에 불복해 열흘 뒤 소송을 냈고 임 전 의원 관련 기밀문서 공개 여부 문제는 결국 법원의 손에 넘어갔다.
외교부는 올 3월31일 1989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577권(24만여 쪽)의 외교문서를 원문 해제와 함께 국민에게 공개하면서 ‘임수경 밀입북 기밀문서’는 비공개로 남겨뒀다. 외교부는 해당 문건들을 예외적으로 비공개 조치하는 과정에 법적 하자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임수경 밀입북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임종석 당시 전대협 의장. /연합뉴스
이 사건은 당시 전대협 3기 의장이었던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기획·주도한 사건이다. 임수경 전 의원은 한국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9년 6월30일 평양에서 열렸던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몰래 참석했다. 그는 그해 8월15일 판문점을 통해 귀국한 직후 체포됐다. 임 전 의원의 밀입북을 주도한 임 이사장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체포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3년6개월 간 실형을 산 뒤 가석방됐다.
임수경 전 의원은 이후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했다. 임종석 이사장은 지난 1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