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열풍이 계속되는 가운데 식품업계에 소금 다이어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전통 장류를 시작으로 건강식으로 거듭나는 편의점 도시락, 가정간편식(HMR)에 이어 이제는 나트륨의 대명사인 감자칩까지 ‘로우(low) 나트륨’을 선언하고 나섰다.
◇감자칩마저 나트륨 다이어트=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제과업체 중 처음으로 나트륨 저감 기술을 적용한 해태제과의 신제품 감자칩이다. 특이하게 천연조미료로 불리는 다시마로 짠맛을 대체했다. 해태제과는 3일 소금을 단 0.5g만 넣은 ‘생생감자칩’을 출시했다. 감자칩 시장 2위인 히트상품 허니버터칩을 필두로 생생감자칩으로 감자칩 라인을 강화해 감자칩 시장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각오다.
‘생생감자칩’에 들어간 나트륨 0.5g은 굵은 소금 알갱이 10개가 채 안 되는 양이다. 나트륨 저감화 제품으로 인정 받으려면 매출 기준 시중 상위 3개 감자칩 평균보다 나트륨 함량이 25% 이상 낮아야 한다. 생생감자칩의 나트륨 함량은 60g기준 160㎎으로 이들 3개 제품보다 28% 가량 적다. 나트륨 저감화 기준을 충족한 국내 최초 제품인 셈이다.
상위 10개 제품 평균과 비교하면 나트륨 함량은 40%가 차이 난다. ‘라이트’ ‘Down’등 나트륨 저감화를 의미하는 표기도 법적으로 허용된다. 제품 패키지에 ‘나트륨은 25% Down’을 표기해 차별화했다. 짠맛을 내기 위해 다시마 추출물을 감자칩에 사용한 건 국내 처음. 해태제과는 생생감자칩을 내년까지 연 300억원대 브랜드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허니버터칩’과 함께 연 2,200억원 규모인 감자칩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나트륨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원료를 조합하고 배합 비율을 찾아 내 천연소금 이상의 염미와 감칠맛을 내게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나트륨 편의점 도시락 잊어라=괜히 건강해 보이지 않던 편의점 도시락도 저염 물결이다. 세븐일레븐은 대체육 콩불고기로 만든 영양 간편식(HMR) 시리즈 ‘그린미트’로 유혹한다. 그린미트는 식물성 고기인 ‘대체육’을 활용해 만든 영양 간편식 브랜드로 일반 도시락보다 칼로리는 23.6%, 나트륨 함량은 무려 60% 더 낮췄다. 콩불고기, 야채볶음밥, 푸실리 파스타, 고구마, 파인애플 등으로 맛을 냈다.
HMR도 나트륨 줄이기 전쟁에 합류했다. 이마트는 피코크 직화 짜장면을 리뉴얼하면서 나트륨 1일 기준치를 30g에서 19g로 줄였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대표 음식인 짜장면의 염도를 낮추면서 화제가 됐다. 이마트는 피코크 삼계탕류 4개 상품을 저염 상품으로 리뉴얼했다. 피코크 진한삼계탕, 녹두삼계탕, 들깨삼계탕, 서울요리원 진국삼계탕은 100g당 나트륨이 45mg~70mg으로 ‘저나트륨 제품(100g당 나트륨 120mg 이하)’으로 분류된다. 특히 피코크 녹두삼계탕의 경우 리뉴얼 전 나트륨이 205mg(100g당)이었지만, 저염 상품으로 리뉴얼하며 나트륨 함유량을 기존 대비 4분의 1로 대폭 줄였다.
◇간장이 짜지 않다고?=전통음식 중 나트륨 함량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고추장, 간장도 나트륨 다이어트 중이다. 대상 청정원이 선보인 ‘햇살담은 염도 낮춘 발효다시마 간장’은 일반 간장보다 염도를 28% 낮춘 제품으로, 나트륨 과다 섭취를 염려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햇살담은 염도 낮춘 발효다시마 간장’의 지난 4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발효 다시마를 넣어 일반 간장과 같은 양을 넣어도 충분히 깊고 진한 맛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인기요인이다.
신송식품가 국내 최초로 저염장류를 개발해 선보인 ‘짠맛을 줄인 건강한 고추장’, ‘짠맛을 줄인 건강한 재래된장’ 등 저염 시리즈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독자적인 저염발효기술이 녹아있는 ‘짠맛을 줄인’ 장류 시리즈는 기존 제품 대비 최소 12%에서 최대 25%까지 염도를 낮췄다. 샘표 ‘만두가 맛있어지는 간장소스’는 샘표 간장에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생강과 레몬을 최적의 비율로 담았다. 기존 양조간장 대비 염도를 70% 이상 낮춰 나트륨 섭취에 대한 부담도 덜어냈다. 오뚜기는 나트륨은 낮추고, 성장기 자녀에게 도움을 주는 칼슘과 DHA를 넣은 ‘어린이 카레’를 출시했다. 기존 카레 대비 나트륨을 40% 이상 저감했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