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구멍나는데 재정준칙 외면하는 정부

[3차 슈퍼추경…재정건전성 ‘비상등’]
국가채무 111조 증가·재정적자 112조 사상 최대
40%-국가채무비율·3%-재정적자비율 마지노선 무너져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2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 사전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안도걸(왼쪽부터) 예산실장, 홍 부총리, 안일환 2차관, 최상대 예산총괄심의관. /세종=연합뉴스

총 60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 차례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인해 지금까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 40%와 관리재정수지 적자 3%는 완전히 붕괴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대공황 이상의 충격이라고는 하지만 통제가 안 될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는 나랏빚,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재정준칙이 없다는 점, 과거와 달리 내년 이후 재정건전성 회복력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나라 살림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다.

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 첫해인 지난 2017년 660조2,000억원에서 이듬해 680조5,000억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728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이번 3차 추경 35조3,000억원의 약 67%인 23조8,000억원을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서 국가채무는 올해 840조2,000억원까지 불어난다. 불과 1년 만에 나랏빚이 111조4,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과거 통계상 국가채무가 100조원 늘어나는 데 2~3년이 소요됐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다.

세차례 60조 추경으로 나랏빚 증가속도 통제 안되는데

당청 ‘확장재정’ 요구 공세에 기재부 ‘재정준칙’ 모르쇠

국제신인도 타격 우려…“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지적




빚 증가 속도가 전체 경제 규모(명목 GDP)가 크는 속도를 크게 앞지르다 보니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수직상승한다. 지난해 38.0%인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43.5%로 5.5%포인트 껑충 뛴다. 불과 2017년까지만 해도 30%대 중반에서 관리됐던 수치다. 대표적 재정건전성 지표인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8%로, 사상 처음으로 5% 선을 넘기게 된다. 적자비율이 3%를 넘어선 적은 외환위기를 겪은 1998년(4.7%)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등 세 차례에 불과하다.

나라 곳간 사정이 이런데도 확장재정을 요구하는 당청의 공세에 밀려 기재부는 재정준칙 마련을 도외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해 밝혔던 유연한 재정준칙 도입도 타이밍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덮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청에서는 국가채무비율 60%를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내년까지 예산을 최대한 팽창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홍 부총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평균 110%인 만큼 여기에 비하면 한국은 재정 여력이 있고 상황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축통화 국가가 아닌 한국의 사정과 고령화·통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절대적으로 낮다고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재정의 역할은 필요하나 최근 너무 빠르게 건전성이 무너져내리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고령화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빨라 가만히 있어도 부채비율이 높아지는데 정부가 재정건전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재정정책을 펴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불과 2년 만에 국가채무비율이 7.6%포인트나 급증한 부분은 국제신용평가사나 해외투자가들이 보는 우리나라의 국제신인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대응이라는 특수환경을 감안해도 너무 빠르다는 것을 부인하는 곳은 없다. 이 같은 이유로 감사원은 1일 ‘중장기 국가재정운용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며 국가재정의 중장기적인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재정준칙 도입을 검토하라고 정부에 제언했다.

아울러 정부는 과감한 재정투입을 통한 성장 견인으로 재정수지를 완화시키는 선순환론을 주장하나 올해 추경이 대부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계층에 대한 긴급자금 지원 위주여서 실제 성장률 제고 효과는 높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23조9,000억원의 세출 확대 중 경기부양 효과가 큰 사업이 많지 않은 것으로 본다. 다만 KB증권은 “3차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0.5%∼0.6%포인트 정도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세종=황정원·한재영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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