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銀, '펀드 쪼개팔기' 20억 과징금..법적근거 논란증폭

판매사 제재 첫 대상..100억서 수위 낮춰
제재 근거 '美SEC 룰 개정'..책임소재 논란
농협은행 "매우 유감..적극 소명할것"


NH농협은행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펀드 판매로 과징금 20억원을 금융당국으로부터 부과받았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전날 정례회의를 통해 이같이 과징금을 확정했고, 농협은행은 즉각 “매우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는 농협은행이 2016~2018년 파인아시아자산운용, 아람자산운용에OEM 방식으로 펀드를 주문, 투자자 49명 이하인 사모펀드로 쪼개 팔아 공모펀드 규제를 피했다고 보고 있다. OEM 펀드는 자산운용사가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에서 명령·지시·요청 등을 받아 만든 펀드로, 자본시장법상 금지돼 있다. 판매사인 은행이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협은행이 증선위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한 것도 판매사인 은행 제재가 선례가 없었던 까닭이다. 농협은행은 “해당 사안이 법률 적용상 논란이 많았음에도 제재가 강행됐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조만간 열릴 금융위를 통해 당행의 입장을 적극 소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제재 대상은 펀드를 만든 운용사였다. 파인아시아운용과 아람자산운용도 지난해 11월 일부 영업정지와 과태료 부과 등의 중징계를 받았지만 금융위는 농협은행 역시 공모펀드 규정을 회피하려한 것으로 보고 제재를 결정했다. 실제 판매사 처벌과 관련한 사례가 없었기에 결과 도출까지는 난항을 겪었다. 앞서 자본조사심의위원회가 2번 개최되고,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심의도 거쳐, 이날 증선위까지 포함해 총 4차례나 증선위에 상정됐다.

법적 근거도 논란이됐다. 이른바 ‘펀드 쪼개팔기’ 혐의를 제재하는 데 법적 조항의 근거가 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증권법 규정이 최근 전면 개정되면서다. 금융당국이 농협은행 시리즈펀드 제재의 근거로 삼고자 하는 법은 일명 ‘미래에셋방지법(자본시장법 제119조 제8항)’이다. 하나의 증권을 둘 이상으로 쪼개서 발행하면 이를 동일한 증권으로 판단하고, 이 경우 사모펀드라도 공모펀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증권신고서 제출의무는 발행인인 운용사에게 있다. 이런 배경에서 농협은행이 증선위의 심의 연기를 지난달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3월 미 SEC의 ‘거래통합지침’ 폐기 결정이 영향을 미쳤다. 거래통합지침은 둘 이상으로 나눠진 증권을 하나의 발행으로 취급하는 기준을 뜻하는 것으로, 미래에셋방지법의 모체가 된 규정이다. 이번 SEC의 개정안에는 개개의 증권발행에 관해 공시의무를 준수했다면 통합을 통해 증권법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학계와 법조계에서도 시리즈펀드 제재 여부와 관련해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금융당국도 당초 1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과하다는 판단으로 20억원으로 수위를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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