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관광객들이 전시회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가 3일(현지시간)부터 국경을 열고 유럽지역의 관광객 입국을 허용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강도 높은 봉쇄 조처가 시행된 지난 3월 초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하지만 로마 시내 1,200여개 호텔 중 문을 연 곳은 40여개에 그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주변 국가들은 지난 3월 유럽의 바이러스 진원지라는 오명을 쓴 이탈리아에 여행을 가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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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격리 면제에 모든 교통수단 이용 가능
이탈리아의 입국 허용 대상은 유럽연합(EU) 회원국 및 솅겐 조약 가입국에서 넘어오는 관광객이다. 사실상 대부분의 유럽국가에 문을 개방한 셈이다. 이들은 이탈리아 입국 직전에 다른 대륙을 방문한 이력이 없다면 14일간의 의무 격리가 면제된다. 자동차와 기차, 크루즈·페리, 여객기 등 모든 교통수단으로도 입국이 가능하다.
여객기의 경우 로마와 밀라노, 나폴리 등 3개 도시를 통해 들어올 수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합작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 그룹은 코로나19 여파로 중단했던 이탈리아 노선 운항을 지난 1일부터 재개했다. 영국 저가항공사 이지젯도 15일부터 이탈리아 국내·국제선 일부 운항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초부터 봉쇄를 완화하며 차례로 생산·상업 활동을 정상화한 이탈리아는 해외 관광객을 다시 받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추진해왔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전후 최악의 경제난을 타개하려면 국가 경제의 13%를 차지하는 관광산업을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이탈리아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6,200만명으로 프랑스·스페인·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5위다.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나폴리역에 멈춰서있는 기차./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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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관광업계도 "잘 될까?" 의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마 시내 1,200여개 호텔 가운데 문을 연 곳은 40여개에 불과하다. 밀라노도 10여개 호텔만 영업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 재개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은 물론 문을 열어도 객실이 얼마나 채워질지 불확실해서다.
이탈리아 당국은 외국인 입국 허용과 동시에 이날부로 자국민의 국내 이동·여행도 전면 자유화했다. 이탈리아에선 지금까지 특별한 응급 상의 사유가 아니면 거주지가 속한 주(州)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없었다. 제한이 풀리자마자 주민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날 이른 아침 밀라노와 제노바 등 주요 도시 주변 고속도로는 곳곳에서 서행 또는 정체 현상이 빚어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시칠리아섬 메시나에서도 본토로 가는 페리를 타려는 차량 행렬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현지 관광업계는 이번 여름 휴가 때 많은 이탈리아인이 해외로 나가는 대신 국내 여행을 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탈리아 지자체는 저마다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내세우며 관광객 유치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남부 칼라브리아주의 조엘 산텔리 주지사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칼라브리아로 오라. 단 하나의 위험이 있다면 당신이 살이 찔 수 있다는 것”이라고 홍보했다.
3일(현지시간) 차들이 이탈리아와 스위스 간 국경을 지나고 있다./EPA연합뉴스
━ 주변국은 "이탈리아 방문 위험" |
이탈리아의 국경 개방에 이웃 국가들도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오스트리아·스위스·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 등 주변국들은 이탈리아 조처에 관계없이 당분간 국경 폐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국가는 현시점에서 이탈리아 방문이 위험할 수 있으며, 귀국할 때 자가격리 등에 처할 수 있다고 자국민에 경고하고 있다.
2일 기준 이탈리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3만3,514명으로 미국·브라질·러시아·스페인·영국 등에 이어 여섯번째로 많다. 사망자 수는 3만3,530명으로 미국·영국에 이어 세 번째다. 하루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도 각각 318명, 55명으로 적지 않은 상황이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