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차세대 항암제로서 가능성 확인

한의학연 연구진, 인삼·현초·건칠의 면역관문 차단 효능 확인
한의소재 유래 저분자 화합물 발굴로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 목표

한약재 인삼, 현초, 건칠이 암세포로 인해 저하된 면역기능을 정상화한다는 사실을 규명하며 차세대 항암제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은 한의기술응용센터 정환석 박사 연구팀이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활용하는 면역관문을 인삼, 현초, 건칠 소재가 차단한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관련 유효성분을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면역관문은 인체 내 면역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면역세포(T-림프구 등)의 활성을 저하시키는 기전을 말하며 관련 단백질(PD-1, CTLA-4 등)을 자극했을 때 활성화되는데 암세포는 해당 기전을 역이용해 면역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인체는 암의 원인이 되는 비정상 세포(종양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면역체계를 활성화한다. 또한 면역반응이 필요 이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면역세포 활성을 억제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전을 면역관문이라 하는데, 암세포는 면역관문 관련 단백질을 자극해 인체의 면역기능을 억제시키며 성장하는 특성(회피성)이 있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암의 회피성을 차단시키는 ‘면역항암제’ 치료법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해당 치료는 외부요인이 아닌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용한다는 점은 물론 정상세포 파괴 및 내성 등 기존 치료제가 지닌 부작용을 대체 할 수 있기에 활용 가치가 매우 크다. 하지만 면역항암제 역시 20%의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으며 높은 비용과 면역과민 반응 등의 부작용이 있어 보다 안전하고 우수한 효능의 신소재 탐색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정환석 박사 연구팀은 기존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 발굴을 위해 1,000여종의 한의소재를 시험관내 실험을 통해 탐색했다. 그 결과 인삼, 건칠, 현초가 면역관문을 자극하는 분자결합을 억제시킨다는 사실과 그 유효성분을 확인했다.

세부적으로 연구팀은 경쟁적 효소결합면역측정법(Competitive ELISA)을 통해 인삼내 성분인 사포닌 Rg3과 컴파운드 케이(C-K)가 면역관문 단백질(PD-1) 분자결합을 각각 최대 60%, 67% 억제함을 확인했다. 현초내 성분 역시 면역관문 단백질(PD-1) 분자결합을 60%까지 억제한다는 것을 생화학적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항암치료제로 한방 병·의원 등 임상에서 많이 쓰이는 건칠 역시 면역관문 차단 효능을 보였는데 면역관문 단백질 PD-1은 물론 면역단백질 중 하나로 면역회피과정에서 백혈구의 일종인 T림프구의 활성을 억제시켜 면역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CTLA-4도 차단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 책임자 정환석 박사는 “한약을 이용한 세계 최초의 면역관문 차단제 개발 연구”라며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에 다양한 한약이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의학연 김종열 원장은 “이번 연구는 임상에서 항암치료에 사용하는 한약재(건칠)를 포함해 한의소재가 차세대 항암제로서의 가능성도 지닌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확인한 결과”라며 “암세포 사멸 기반의 기존 항암 연구에서 벗어나 인체 면역기능 향상을 통한 암 치료라는 한의학적 개념의 항암 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대전=박희윤기자 hypar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