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 새벽 4시의 공포…커터칼 들고 집까지 쫓아오는 그놈

사흘간 20대 여성 쫓아가 강도 시도한 남성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유 4년
법원 "죄질 좋지 않아…초범이며 범행 반성"

/이미지투데이

지난 2월12일 새벽 4시30분께 서울 서초구 한 골목. 남성 A씨는 택시에서 내려 걷는 20대 여성 B씨를 따라갔다. 자신이 평소 가지고 다니던 공업용 커터칼을 든 채였다.

그의 목적은 B씨의 집에서 돈과 귀중품을 훔쳐 생활비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당시 반포동 일대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심야 시간대 귀가하는 여성들을 노리고 있던 A씨의 눈에 B씨는 ‘목표물’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B씨는 인근 빌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A씨는 현관문이 닫힌 직후 도착해 집 안에 들어가는 데 실패했다.


그때부터 A씨는 B씨 집 문에 귀를 대고 있거나 초인종을 눌러댔다. 건물 뒤에 위치한 지상주차장으로 가 B씨의 집 안을 들여다보고, 방범창 사이로 손을 집어넣기도 했다. A씨는 장우산을 집어넣어 베란다 쪽 방문을 열려고도 했지만 B씨의 집에 침입하지 못했다. B씨는 범행이 지속된 약 1시간 동안 극도의 공포감을 느꼈다.

A씨의 범행은 그날 이후로도 이틀간 이어졌다. 그는 두 날 모두 첫날과 비슷한 시각, 비슷한 장소에 커터칼을 들고 나타났다. 둘째 날인 13일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B씨는 A씨를 발견하고는 얼어붙었다. 그러다 A씨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고, 그 틈에 B씨는 재빨리 집으로 들어갔다. 두려움에 시달린 B씨는 그 다음날은 아예 귀가하지 않았다. A씨의 목표는 실패로 돌아갔다.

/연합뉴스

이후 A씨는 특수강도를 시도하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정에서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나섰다. A씨 측은 “특수강도죄는 사람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이뤄질 때 실행에 착수된 거라고 봐야 하는데, A씨는 폭행이나 협박을 개시하지 못했다”며 “주거침입죄나 강도예비죄의 책임을 질 뿐 특수강도미수의 죄책은 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선일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A씨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휴대하고 야간에 B씨의 주거에 침입해 재물을 강취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안으로 그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면서 “B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A씨는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각 범행의 사실관계 자체는 인정하면서 범행을 반성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범행 과정에서 B씨에게 실제로 폭행이나 협박이 가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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