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산 농산물 ‘중단→구매→일부 취소’…역시 핵심은 ‘홍콩’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WSJ, 中 콩 및 돼지고기 2만톤 수입취소
구매중단은 허위라는 보도 뒤집는 내용
‘전면취소’인지 ‘일부 취소’인지도 중요
트럼프, 지금은 대중 문제 여력 적지만
선거 5달밖에 안 남아 다시 주력할 가능성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관련 전망이 오락가락합니다. 중국이 미국산 콩과 돼지고기 구매를 중단한다는 보도에 사실이 아니라는 반박이 나와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는데 3일(현지시간) 또다시 중국이 일부 농산물 구매를 취소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는데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항의 컨테이너선.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과 관련 소식이 계속 바뀌면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WSJ은 해운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 국영기업이 23척 규모의 콩을 포함해 일부 농산물 선적을 취소했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일부 가축 사료와 옥수수, 돼지고기, 면화 등의 선적 시점이 뒤로 밀리고 있다는 중국 선사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했습니다. 또 중국의 수입업자들이 약 10일치 분량의 미국산 돼지고기 1만5,000톤~2만톤 선적을 취소했다고도 하는데요. 농산물 관련 소식이 계속 오락가락하는 셈입니다.

발단은 지난 1일 블룸버그통신이었습니다. 이날 블룸버그는 중국이 최대 곡물 회사인 중량그룹(COFCO)과 중국비축양곡관리공사(Sinograin) 같은 국영회사에 대두를 포함한 일부 농산물 구매를 중지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는데요. “미중 무역합의가 깨질 위기”라는 말까지 나왔죠.

하지만 반나절 만에 로이터통신이 중국 국영기업이 최소 3척 분량, 18만톤의 콩을 사들이기로 했다고 하면서 잠잠해졌습니다. 관변 매체인 환구시보가 나서 “이 보도는 가짜”라고 했을 정도죠. 그런데 다시 WSJ이 불을 붙인 셈입니다.

"中, 수입 관련 추가조치 홍콩에 대한 미국 반응에 달려"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WSJ이 인용한 중국 선사 임원의 말에 힌트가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옥수수와 면화 등 일부 미국제품 수입을 억제하고 있으며 추가 조치는 중국의 홍콩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대한 미국의 반응에 달려 있다. 홍콩은 레드라인이다.”

그렇습니다. 지난달 23일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트럼프는 홍콩과 농산물을 바꿀까?…미중 갈등 핵심변수들’ 편에서 전해드린 바 있듯 홍콩이 관건입니다. 리커창 중국 국무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홍콩의 국가보안법 도입을 언급하면서 미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겠다고 했습니다. 홍콩 국가보안법을 밀어 부치기 위해 무역합의를 양보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일종의 딜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 관련 소식이 계속 엇갈리는 것은 간보기라고 보면 될 듯합니다. 미국이 자신들의 마지노선을 넘으려고 하는지 않는지를 봐가면서 농산물 수입 중단을 지시했다가 재개도 했다가 다시 일부는 막는 전략을 취한다고 볼 수 있는 거죠.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한다고는 했지만 현재로서는 시한이 없는 단계적 조치에 불과합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이 강경하게 나와도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잠잠해지고 홍콩 보안법 발효와 함께 실효적인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때까지 미국에 선물을 조금씩 줬다가 빼앗기도 하는 식으로 어르고 달래는 것이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중국은 홍콩이 레드라인인 만큼 홍콩 문제만 잘 넘어가면 무역합의는 미국에 어느 정도 양보할 생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시위사태에 여력이 없지만 5달밖에 안 남은 선거 일정을 고려하면 다시 중국 문제에 회귀할 것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전면 취소인지 일부인지가 중요합니다. 이날 WSJ은 일부(Some)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전면 중단이면 미중 무역합의의 종결이지만 일부라면 큰 틀에서의 무역합의는 계속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가 무역합의 약속은 유효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속된 말로 미국을 상대로 ‘장난’을 치는 것이죠. 물론 미국 정부는 화가 나겠죠.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이 미국산 콩과 돼지의 수입 중단하기로 했다는 보도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미중 경제무역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한 바 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답변이 모호한데요. 큰 틀에서 무역합의를 지키겠다는 뜻은 읽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기사에 시차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해당 기사가 옛날 버전의 지시사항이나 내용을 알고 있는 관계자들로부터 나온 것일 수 있다는 겁니다. 극단적으로 당초 중단지시가 있었지만 보도시점을 전후로 최고위층이 방침을 바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이런 일은 종종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죠.

미중 갈등은 당분간 격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분간 이런 소식이 이어질 겁니다. 단순히 무역합의 뿐만 아니라 미 대선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의 발언, 중국 정부의 행동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정확한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동안 미국 시위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신경 쓸 시간이 없겠지만 조만간 중국 문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거(11월3일)가 딱 5달 남았습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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