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개방 시스템’에 따르면 임신성 당뇨병(질병코드 O24)으로 진료받은 여성은 2010년 3만7,072명에서 2014년 6만8,925명으로 정점을 친 뒤 지난해 5만2,752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임신·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 환자는 2010년 8,948명에서 지난해 2만938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임신을 하면 호르몬 때문에 당 조절이 잘 안 되는데 고령 임신부는 내분비 기능이 감소해 당 조절이 더욱 힘들어진다.
이현미 차의과학대 일산차병원 분만센터 교수가 한 임신부를 상담하고 있다.
◇임신성 당뇨, 태아·산모 모두에게 다양한 위험 증가
임신성 당뇨병의 증상은 일반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혈당 수치가 올라간다. 상태가 가벼운 경우 대부분 특별한 증세는 없다.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게 돼 소변량과 몸무게 증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드물게 당뇨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산모의 망막이 손상돼 시력장애가 올 수 있고 신장(콩팥)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임신성 당뇨병이 위험한 이유는 산모나 태아에게 다양한 위험요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태아의 성장인자를 자극해 거대아 출산, 자궁 내 태아 사망,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 등을 유발한다. 산모에게는 거대아로 인한 제왕절개수술률 증가, 고혈압성 질환 빈도 증가, 임신성 당뇨 재발 등 장기적 합병증을 유발한다.
거대아는 엄마의 고혈당으로 인해 고인슐린혈증이 된다. 소아가 단 음식을 많이 먹어 비만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초음파 진찰 때 예상 체중이 4.5㎏ 이상인 경우 제왕절개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임신성 당뇨가 동반된 신생아는 저혈당증, 고빌리루빈혈증, 저칼슘혈증, 적혈구증가증 등 대사이상 소견들도 발생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상 출생아보다 소아당뇨·대사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도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전 비만관리, 임신 중 꾸준한 식단관리·운동 필요
임신성 당뇨는 분만 후 태반이 떨어져 나가면 사라진다. 하지만 임신성 당뇨가 있었던 산모의 경우 20년 안에 50%에서 제2형 당뇨가 나타난다. 다음 임신 때 임신성 당뇨가 재발할 확률도 30~50%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비만한 여성이 임신하면 임신성 당뇨병 위험이 증가하고 출산 후 당뇨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므로 산전 비만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4년 첫 아이를 출산한 여성 중 과거 2년 동안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5만3,331명을 대상으로 출산 후 당뇨병 진행 여부를 추적조사했더니 임신 전 비만이면서 임신성 당뇨병이 있었던 여성은 출산 후 8년 내 당뇨병 발병 위험이 정상 여성의 8배나 됐다. 임신성 당뇨병이 없었던 비만 여성도 8년 내 당뇨병 발병 위험이 정상체중 여성의 2.8배였다.
임신성 당뇨병 위험도는 저위험군, 중증도 위험군, 고위험군으로 나뉘는데 우리나라 여성은 대부분 중증도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임신부라면 대부분 임신 24~28주 사이에 임신성 당뇨병 확인을 위한 선별검사를 한다. 일산차병원에서는 2단계 검사를 한다. 1단계로 금식과 상관 없이 포도당 50g을 복용하고 1시간 뒤 혈액을 채취하는 50gm 당부하 선별검사를 한다. 양성이 나오면 2차 확진검사를 한다. 8~14시간 금식 후 100g 경구당부하검사가 이뤄지며 2개 이상에서 기준치를 넘는 경우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식이·운동요법으로 혈당 조절 안 되면 약물치료를
임신성 당뇨병을 예방하려면 우선 철저한 식단관리가 필요하다. 식사량을 무조건 줄이기보다는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생각해 전문가와 상담, 균형 잡힌 식단을 끼니때마다 꼼꼼히 챙겨먹고 꾸준히 운동할 필요가 있다. 무리한 운동보다는 적절하게 강도를 조절하면서 산책, 임신부 요가, 아쿠아로빅과 같이 몸에 무리가 덜 가는 운동이나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절대 안정이 필요한 시기가 지나서도 임신 초기처럼 운동을 피하는 습관이 지속될 경우 평균적인 몸무게를 벗어나 비만해져 임신성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
임신성 당뇨병의 80% 정도는 식이·운동요법을 통해 혈당을 관리할 수 있다. 목표 혈당은 공복에서 95㎎/dL 미만, 식후 1시간 140㎎/dL 미만, 식후 2시간 120㎎/dL 미만이다. 식이요법은 전문 영양사와 영양상담 후 시행한다. 자신의 체중에 30~35를 곱한 수치가 적절한 하루 필요열량이다. 다만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식사(탄수화물 40%, 단백질 20%, 지방 40%)를 한다. 운동은 식사 후 20~30분 정도 걷기나 상체근육운동이 좋다.
식이·운동요법 만으로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전문의의 처방 아래 인슐린 투여도 가능하다. 인슐린, 먹는 혈당강하제 등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통해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현미 차의과학대 일산차병원 교수(분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