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SK(034730)바이오팜의 대표 상품인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과 미 행정부·의회가 주도하는 약가 인하 정책에 출시와 동시에 위기를 맞았다. SK바이오팜 스스로도 마케팅·처방 지연에 따른 초기 예상 판매량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4일 바이오업계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다음달 초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오는 23일부터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치료제 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수노시) 등 2종의 혁신 신약 시판 허가를 받은 덕에 상장시 시가총액 4조~5조원을 예상할 정도로 시장이 관심이 높다. 다만 이런 부푼 기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출시한 엑스코프리가 올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가장 큰 장애물은 단연 코로나19다. SK바이오팜은 신약 유통을 현지 대형제약사에 맡기지 않고 미국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직접 판매한다. 영업직원들이 미국 내 의사들과 개별 접촉해 약을 알리고 처방을 늘려야 하는데 코로나19가 몰고온 ‘비대면’ 상황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아 국내 제약사들이 상반기 고전한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처방 지연 가능성도 적지 않다. SK바이오팜은 이와 관련 “(우리가) 예상한 세노바메이트의 초기 예상 판매량이 감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가 앞장서 약가 인하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부담스럽다. 애초 미국은 시장 규모가 큰 데다 약가도 높아 제약사들에게는 ‘희망의 땅’으로 불리지만 이 같은 장점이 훼손될 수 있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약가 인하 정책을 잇따라 내놓았고, 미국 민주당 하원의장도 지난해 9월 약가인하 법안을 제출했다. 법안에는 매년 가장 비싼 250개의 의약품 중 최소 25개의 의약품, 그리고 최소 한 개의 바이오시밀러 혹은 제네릭과 경쟁하고 있지 않은 의약품이 가격 재책정 대상에 올라 있다. 의약품의 최대 책정가격은 호주와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총 6개국 평균 약가의 120%로 수준으로 정하되 이를 어기면 기업에 해당 의약품 총매출의 65%를 ‘불이행료’로 거두는 내용도 담겼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한 목소리로 약가 인하를 외치는 셈이다. SK바이오팜은 “목표 시장에서 정부 약가 인하정책이 실시될 경우 우리 같은 신약개발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보험 정책이나 정부 기관 압력 등으로 약가가 인하되면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SK바이오팜 상장을 앞두고 시장에서는 시가총액 5조원을 예상했지만 실제 공모가 범위(3만6,000~4만9,000원)가 최대 시가총액 3조8,000억원으로 잡힌 것도 이런 이유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회사 희망보다 공모가가 낮게 나왔다고 저평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복합적인 리스크들이 반영된 가격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SK바이오팜이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임상을 진행하던 중 시험 대상자가 부작용으로 숨져 소송이 진행중인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2016년 6월 27일 SK바이오팜 자회사를 대상으로 소송이 제기됐으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SK바이오팜 자회사는 1,000만달러 규모 보험에 가입해 손해배상 지급 시 이를 충당할 계획이지만 이보다 높은 배상금이 정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