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동탄1신도시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50대 직장인 이모 씨는 하루에 출퇴근으로 약 3시간을 쓴다. 비가 오면 출근에만 2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 씨는 “6년째 서울 출퇴근 하다보니 적응은 됐지만 여전히 힘들다”며 “지금은 GTX가 빨리 개통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 7년간 위례에 살던 30대 주부 오 모 씨는 최근 전셋집을 서울 동작구 흑석동으로 옮겼다. 오 씨는 “2013년 위례로 갈 때 만해도 트램이니, 강남가는 지하철이니 해서 기대가 컸는데, 지켜보자니 언제 될지 모를 것 같다”며 “어차피 앞으로도 10년 가까이 자차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상의 끝에 서울에 터를 잡기로 했다”고 말했다.
3기 신도시가 추진되고 있지만 2기 신도시의 교통난은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 발표됐던 2기 신도시 광역교통 중 주요 대책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거나 취소됐다. 정부의 발표와 함께 기대를 품었다가 지연 소식에 실망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2기 신도시 주민들은 오늘도 ‘2시간 출근’에 시달리고 있다.
◇50㎞ 떨어졌지만 서울로 출근해야 하는 2기 신도시= 2기 신도시는 성남 판교와 화성 동탄 1·2, 김포 한강, 파주 운정, 수원 광교, 양주, 위례, 고덕, 검단 등 10개 지구다. 총 공급 가구 수가 약 61만 가구에 이르는데, 2008년 이후 입주 초기부터 교통 문제가 불거졌다.
1기 신도시의 경우 서울 도심에서 평균 25㎞ 떨어진 반면, 2시 신도시는 서울과 붙어있는 위례신도시를 제외하면 최소 30㎞, 멀게는 50㎞까지 떨어진 곳에 개발돼 통행 거리가 두 배 넘게 늘면서 교통 문제가 더 두드러졌다. 평택 고덕 국제화 지구는 도심에서 57㎞ 떨어져 있다. 조응래 경기연구원 휴먼교통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경기도에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규제된 상태에서 주택만 공급돼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광역교통문제가 발생했다”며 “입주 시점과 도로, 철도 완공 시점이 일치하지 않아 입주자들이 큰 교통 불편을 겪고 신도시 광역 버스 노선 증설은 행정기관 간 갈등으로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신도시 현황./연합뉴스
◇교통대책, 지연 또 지연= 입주민이 체감하는 문제는 입주시기와 교통망 구축까지 걸리는 격차다. 위례지구는 2013년 입주했지만 위례신사선은 오는 2027년에야 완공 예정이다. 남양주 별내지구 역시 입주는 2012년이었는데 별내선은 11년 후인 2024년 완공 예정이다. 하남 미사지구도 입주는 2014년이었지만 올해야 복선전철 1단계 완공을 바라보고 있다. 앞서 김포골드라인도 김포한강신도시 입주 후 8년이 지나서야 개통했다. 이와 관련 이현재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1·2기 신도시 교통 계획 중 97%가 지연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자체의 사정, 사업성 등의 이유로 번번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면서 입주민이 체감할만한 교통망 개선이 재빠르게 이뤄지지 못했던 것이다.
이 외에도 GTX-A노선의 경우 최초 2009년 발표당시 개통 목표시점은 2016년이지만 2020년 현재 GTX-A노선은 이미 연기된 2023년 개통 목표를 지킬 수 있을지 조차 미지수다. 동탄신도시의 경우 2007년에 입주를 시작한 만큼 2023년 개통이 된다 하더라도 16년의 세월 동안 입주민들은 출퇴근 고통을 겪어야 하는 셈이다. 특히 이 노선은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동탄까지 이어지는 노선으로 2기 신도시 2곳의 교통망을 개선할 철도다.
위례는 사정이 더 하다. 2027년으로 개통이 밀린 위례-신사 선은 사정이 그나마 낫고, 애초 함께 구상됐던 위례-과천 선은 다시 예비타당성조사를 넘어야 한다. 위례 신도시 내부의 트램 건립 계획 역시 현재 삽도 뜨지 못했다. 양주 옥정지구의 경우 2007년부터 철도 노선 유치를 시도했지만 낮은 경제성 등 우여곡절을 겪다 지난해 12월에서야 첫 삽을 떴다. 예정대로 개통하면 2024년이다. 2기 신도시 중에서는 판교만이 입주 시기(2008년)와 신분당선 개통시기(2011년)의 격차가 3년에 불과해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교통 지연 고질병 3기 신도시선 고쳐질까=광역 교통 대책의 지연이 빈번한 이유는 추진하는 단계에서 사업성 부족문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광역교통대책을 국토부가 발표하더라도 국비가 투입되는 이상 기획재정부의 심사가 불가피하다. 이에 국토부가 주택과 교통대책을 발표하더라도 추후 사업성 검토 단계에서 막히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광교에서 호매실을 잇는 신분당선 2단계 연장의 경우에도 복선 전철을 단선화 하는 조건으로 올 초 예비 타당성 조사를 겨우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 기간이 7년가량 지연됐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토부 입장에서는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서둘러 신도시 계획을 발표해 공급할 필요가 있지만, 기재부는 수 조 원이 들어가는 광역 교통수단을 만드는데 예산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주택을 공급하면 직장과의 교통 문제를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만큼 적어도 정부 부처가 서로 교통 대책의 타당성 정도의 기본 합의를 이룬 이후 신도시를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 입지를 발표하면서 광역교통개선 대책을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입주 이후 교통 인프라가 따라주지 않는 1·2기 신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국토부 입장에서는 3기 신도시와 함께 아직 충분하지 않은 2기 신도시의 교통대책도 함께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수도권 서부광역급행 철도(GTX-D) 노선이나, 김포한강선, 자유로 복선화 등이 현재 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이미 입주해 장거리 출퇴근을 하고 있는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 계획의 조기 추진이나, 기존 철도망의 급행화 등을 고려할만 하다”고 제안했다. /김흥록기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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