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하라" 김여정 불호령에…당·정·청 이구동성 "대북전단 살포중단"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국내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막지 않는 남한 정부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정부와 청와대, 여당 등 당·정·청이 한 목소리로 “대북전단 살포는 중단돼야 한다”며 김 제1부부장의 주장을 전폭 수용하고 나섰다.

이는 김 제1부부장이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최대 성과인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자 사전에 대응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인간추물’, ‘똥개’, ‘집안 오물’ 등의 막말을 쏟아내며 우리 정부에게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며 훈계한 북한의 담화에 지나치게 ‘굴종적’ 자세를 보였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4일 김 제1부부장은 ‘스스로 화를 청하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그는 남한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저지하지 않을 시 개성공단 완전철거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남북 군사합의 파기까지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북전단 관련 남한 정부 조치를 두고 강한 어조의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은 “똥개들은 똥개들이고 그것들이 기어 다니며 몹쓸 짓만 하니 이제는 그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며 “분명히 말해두지만 또 무슨 변명이나 늘어놓으며 이대로 그냥 간다면 그 대가를 남조선당국이 혹독하게 치르는 수밖에 없다. 최악의 사태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제1부부장의 분노에 청와대와 정부는 즉각 반응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의 담화가 알려진 지 4시간 반 만에 긴급 브리핑을 열어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음을 알렸다. 그는 “접경지역에서의 긴장 조성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긴장 해소방안을 이미 고려 중”이라며 “판문점 선언 이후부터 대북전단 살포 등 행위를 금지하는 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이 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대북전단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청와대와 국방부도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대북 삐라(전단)는 참으로 백해무익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안보에 위해를 가져오는 행위는 앞으로 정부가 단호히 대응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고,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도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는 접경지역의 긴장을 고조시켜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로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잇따라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거들었다.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북 전단지 살포는 대한민국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탈북단체의 전단지 살포는 상대를 존중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한반도를 만들어가자고 약속한 ‘판문점선언’과 ‘평양정상선언’ 정신에 분명히 위배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정애 의원도 “표현의 자유라고 하지만 전단 살포는 단속 대상인 쓰레기 대량 투기 행위와 같다”며 “대다수 전단은 바다에 떨어져 해양 오염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당·정·청의 이 같은 반응이 지나치게 ‘저자세’라는 질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남북접경인 창린도에서 발생한 해안포 사격과 최근 북한군의 남측 감시초소(GP)에서 일어난 총격 사건에 대해 우리 정부나 국방부는 규탄 성명조차 내지 않았고, 북한도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는 항의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북한은 창린도 해안포 사격 당시 이같은 행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관영 매체를 통해 자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 측이 수차례 우리 군인과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력성 도발을 실시해 왔음에도 이에 대해 성명 한 번 내지 않던 정부가 대북전단을 향한 북한의 ‘불쾌한 감정’에 ‘전단살포금지법’까지 추진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지나치게 북한에 편향된 태도라는 것이다. 이에 야당 관계자는 “김여정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가 진땀을 뺀 모습”이라며 정부 반응을 비꼬기도 했다.

아울러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전단살포금지법’도 입법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문제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정면 충돌해 논란이 불가피한데다 진보와 보수의 입장차도 뚜렷해 국회 통과가 쉽게 이뤄지기 어렵다. 무엇보다 남북교류협력법에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 자체를 규제할 만한 근거가 없다.

탈북민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달 31일 김포시 월곶리 성동리에서 ‘새 전략핵무기 쏘겠다는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 전단 50만장,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천장, 메모리카드(SD카드) 1천개를 대형풍선 20개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지난달 1일 밝혔다. 사진은 대북전단 살포하는 탈북민단체. /사진 제공=자유북한운동연합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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