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 온수힐스테이트 전용 59.98㎡은 지난달 28일 6억800만원에 팔렸다. 올 1월에만 해도 5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넉 달새 7,800만원이 오른 것이다. 금천구 가산동의 두산아파트도 지난 1월 5억500만원이던 전용 59.84㎡가 5월 들어 이보다 4,500만원 오른 5억5,000만원에 팔렸다. 노원구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여럿 포착됐다. 노원구 월계동에 위치한 미성아파트는 지난달 4일 전용 50.14㎡가 5억9,250만원에 거래됐는데 같은 평형이 1월 초에는 5억3,000만원에 팔린 바 있다. 넉 달 사이에 무려 6,000만원 이상 가격이 뛴 것이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 평수 아파트의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자 중대형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소형 평형으로 투자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최근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20평대 이하 소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인기의 원인이 됐다. 5일 서울경제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면적별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대비 올해(1~5월) 전용 60㎡ 이하 소형 평형의 가격 상승률은 3.29%에 달했다. 전용 60~85㎡ 아파트가 1.86%, 전용 85㎡를 넘는 아파트가 1.25%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형 아파트의 상승폭이 두 배가량 큰 셈이다. 월별로 보면 올해 초인 1월과 2월에 각각 1.39%와 1.27%의 변동률을 기록하며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다.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단지/서울경제DB
◇9억원 이상 대출규제에…소형 아파트로 풍선효과=소형 아파트의 이 같은 상승세는 특히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 지역에서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노원구 소형 아파트 가격은 6.82% 올랐다. 전용 60~85㎡(6.63%)와 전용 85㎡ 초과(6.02%) 아파트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이 오른 셈이다. 강북구의 경우 전용 60㎡ 이하가 8.32% 올랐는데 이는 전용 60~85㎡(5.38%)와 전용 85㎡ 초과(6.98%)보다 높은 수치다. 도봉구도 올 들어 소형 아파트 매매가가 4.82% 상승했고 구로구는 6.25%, 관악구는 6.33% 올랐다. 모두 소형 아파트의 상승률이 다른 평형보다 높았다.
전문가들은 소형 아파트의 가격 상승과 관련해 대출 규제로 인한 ‘풍선효과’ 때문으로 분석했다. 정부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에 대한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소형 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거래된 전용 60㎡ 이하 아파트 중 9억원 이하 아파트 비율이 93%에 달했다.
◇1·2인 가구 증가로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높아져=최근 들어 1~2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도 소형 아파트 인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평균 가구원 수는 2.4명으로, 채 3명이 되지 않는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20평형대 이하 소형 아파트의 수요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소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 증가는 결국 1~2인 가구의 증가와 맞물린다”며 “가구 형태의 구조가 변하면서 소형 아파트에 대한 실수요가 늘어났을 분만 아니라 대출 규제가 상대적으로 덜한 9억원 이하 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가 더해지면서 소형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이라 분석했다.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분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일부 재건축 단지 중에서는 전용 60㎡를 넘지 않는 작은 면적의 아파트들이 많다”며 “저렴한 매매가와 1인 가구 증가 등의 요인과 더불어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가격 상승이 소형 아파트의 높은 상승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윤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