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오는 10일부터 감염병 고위험시설에 대해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Ki-Pass)를 의무 도입하기로 한 가운데 지난 2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에서 공무원들이 시범운영에 동참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기부하실 거면 아버지 몫만 하면 안 될까요?”
최근 세종시 관가에서는 긴급재난지원금을 두고 가족회의를 여는 공무원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고위공무원을 중심으로 재난지원금을 기부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내 몫은 떼어달라’는 자녀들의 등쌀에 회의를 통해 기부 규모를 정하는 것이다.
5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가족회의를 거쳐 기부규모를 정했다는 공무원 가정이 많았다. 4인 가족을 중심으로 100만 원이므로 자녀들이 ‘내 몫의 25만 원은 기부하지 말고 받아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대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경우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공무원 A씨는 “자취를 해 세대분리를 한 친구는 40만 원을 받는데 부모가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전액을 기부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해 25만 원을 떼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재난 지원금은 1인 가구 40만 원, 2인 가구 60만 원, 3인 가구 80만 원, 4인 가구 이상의 경우 100만 원을 지급한다.
특히 과장급(부이사관·3급~서기관·4급) 가정의 사례가 많았다. 국·실장급의 고위공무원은 당연히 전액 기부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고 실무진인 사무관까지 기부를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데 이해가 모였다. 과장급은 ‘중간간부급’으로 가족회의를 거쳐 일부만 기부하는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최근 관가에서는 ‘재난지원금의 기부 여부’를 묻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달 12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부 의사를 밝힌 후 기재부는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재난지원금을 기부하기로 했다. 기부금이 편입되는 고용보험기금의 관리부처인 고용부도 과장급 이상이 기부 대상이다. 이처럼 ‘기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아예 ‘긁어부스럼을 만들지 말자’는 암묵적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한편 정치권과 정부의 ‘기부 문화 조성’ 노력에도 지난 3일까지 99.1%의 가구가 지원금을 수령해 가면서 고용보험기금 편입 규모에 대한 기대도 점점 줄어드는 모습이다. 총 예산 14조2,448억 원 중 지급액수는 13조5,428억 원으로 남은 돈은 7,020억 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그래도 1,000억 원 이상은 기부금으로 잡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