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M&A는 대박쳤는데…SK, 해외투자는 여전히 예열?

■[기업진단:SK]②M&A와 투자, 엇갈린 성적표
북미 셰일가스 수천억 투자...유가급락에 신용등급 강등
빈그룹 성장성에 1조 배팅...車 사업 투자로 리스크 커져
"외적변수 큰 해외투자...백조로 탄생할지 더 지켜봐야"

SK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 모습/서울경제DB
SK텔레콤(017670), SK E&S, SK하이닉스 등 5개사가 공동 출자했다. 빈 그룹은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린다.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3%를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주거용·상업용 부동산 개발 사업과 호텔, 엔터, 교육, 소매유통 등 90여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SK가 2대 주주로 향후 베트남에서 사업적으로 협업할 여지가 많을 것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최근 빈그룹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S&P는 지난해 9월 빈그룹의 신용등급을 B+(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등급 평가를 거부했다.


부동산 개발에서 매출의 절반이 나오는 빈그룹은 전통 제조업에 도전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특유의 부동산 시장 과열 국면이 끝난 뒤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자체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고 계열사 빈페스트를 통해 완성차를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사업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점이다. S&P는 빈그룹이 자동차 사업에 대한 시설 투자 등으로 부채 총액이 올해 말 155조동(약 8조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S&P는 “빈 그룹은 자동차 시설 투자에 당초 예상보다 많은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며 “기존 사업의 매출이 45% 이상 늘지 않는다면 부채 증가를 상쇄하기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빈그룹의 실적도 악화하는 모습이다. 2018년만 해도 빈그룹의 매출은 전년대비 37%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7.3% 증가했고 올해 1·4분기에는 3.9%에 머물렀다. 특히 세후 이익은 올해 1·4분기 들어 74%나 급감하며 적자 전환했다.

SK그룹은 빈그룹 뿐 아니라 베트남 시총 2위 마산그룹에도 5,000억원을 투자했다. 마산그룹과 협업이 목적이다. 그런데 마산그룹은 지난해 말 빈그룹의 유통체인인 빈커머스 및 14개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빈에코의 운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빈커머스와 마산컨슈머를 합병, 컨슈머·리테일 그룹을 설립했다.

빈커머스는 베트남 대도시와 지방성 50곳에 대형마트인 ‘빈마트’와 편의점인 ‘빈마트 플러스’ 2,600개 매장을 둔 현지 최대 유통체인이다. 하지만 적자를 보고 있다. 빈커머스는 지난해에만 5조1,000억동(약 2,621억원)의 손실을 봤다. 마산그룹이 빈그룹의 적자 사업을 인수하면서 마산그룹 자체의 주가가 30%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빈그룹과 마산그룹 양쪽에 모두 투자한 SK로서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이다.


SK그룹이 2대 주주라고 하지만 빈페스트가 2021년 생산할 첫번째 전기차에는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다. SK의 투자 이전에 LG화학과 이미 배터리 관련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기 때문이다. SK그룹이 빈그룹과 어떤 식으로 협업할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이 없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다만 빈그룹의 EV/EBITDA 비율이 올해 4.5~5배 수준으로 이익을 통해 빚을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점, 이자보상배율이 6.4에 달하는 점에서 당장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 PEF 대표는 “SK그룹의 투자 스타일이 당장 수익 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식이 많다”며 “북미와 동남아 투자가 성공적으로 끝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 측은 빈그룹 투자와 관련 “단기적 투자 차익이 아닌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 잠재력을 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 파트너로 투자한 것”이라며 “투자 원금 보장에 대한 여러 안전장치를 마련해놨다”고 말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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