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대구銀도 "키코 배상 안해"…신한·우리銀, 라임펀드는 50% 선지급

조정 대상 6곳 중 우리銀만 배상
청구권 시효 10년 지나 논란 지속
경영진 배임 소송 가능성도 고려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 결과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대구은행이 5일 모두 ‘불수용’ 입장을 최종 확정했다. 지난 3월 외국계 씨티은행과 국책 KDB산업은행에 이어 규제권한을 가진 금감원의 권고안을 금융사가 받아들이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 등 6곳 가운데 우리은행만 배상을 완료해 윤석헌 금감원장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키코 분쟁조정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라임운용 펀드 보상안으로 선지급안을 확정했다. 선지급이 결정된 만큼 라임 펀드 피해자 구제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신한과 하나·대구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키코 분쟁조정 배상 권고를 수락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으나 복수 법무법인의 의견을 참고해 심사숙고 끝에 수락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했고 하나은행도 “사실관계 확인 및 법률적 검토를 바탕으로 불수용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같은 입장을 낸 대구은행은 “해당 거래업체에 발생한 회생채권을 두 차례에 걸쳐 출자전환 및 무상소각한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신한은행 등 6개 은행에 키코 투자로 손실을 본 4개 기업의 손실금액 중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지만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10년인 법상 손해액청구권 소멸시효가 지나 배상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금융당국은 꾸준히 키코 배상에 은행법 위반과 배임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주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는 경영진과 이사회의 배임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 은행은 자율조정(합의 권고) 방식의 분쟁조정에는 참여할 방침이다. 씨티은행도 마찬가지 입장을 나타낸 바 있어 나머지 145개 피해기업에 대한 분쟁조정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배상 권고는 구속력이 없어 감독당국 입장에서 더 취할 조치는 없다”며 “나머지 자율조정 권고 대상 기업에 대한 대응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한과 우리은행 이사회는 이날 라임 펀드의 은행권 판매사 공동 선지급 방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CI 펀드 투자자에게 50%의 가지급금을 우선 지급하기로 했고 우리은행은 환매연기된 ‘플루토 FI D-1호’와 ‘테티스 2호’ 펀드를 대상으로 원금의 약 51%를 지급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이 적용된 AI프리미엄 펀드는 원금의 30%대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이들 은행은 선지급 이후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 결정된 최종 보상액과 선지급 보상금과의 차액으로 보상액을 정산할 방침이다.
/송종호·빈난새·이지윤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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