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일 서울 롯데호텔 에메랄드룸에서 사드 셰리다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 칼리드 빈 칼리파 알타니 카타르가스 최고경영자(CEO),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 등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카타르 LNG운반선 슬롯예약계약 MOA 서명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발주의 가장 큰 수혜자는 한국 조선소들입니다. 세계 조선업 부진 속에서 유일한 희망의 빛입니다.”(조선업계 관계자)국내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042660)·삼성중공업)가 LNG선 수주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뜨고 있다. 23조여원에 달하는 올 조선업계 ‘최대어’인 카타르 프로젝트로 첫 테이프를 끊으면서 잠잠했던 모잠비크와 러시아 LNG선 프로젝트들도 다시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가급락으로 업황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LNG선으로 부활의 뱃길을 열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타르 페트롤리엄(QP)은 지난 1일 한국 조선3사인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LNG선 발주 관련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QP는 2027년까지 조선3사의 LNG선 건조슬롯(도크)을 확보했다. 금액은 23조6,000억원에 달한다. LNG선 한 척의 선가가 2,200억원대임을 고려하면 103척 가량이 발주된 것이다. 다만 QP 및 각 업체는 업체별 할당된 수주량은 밝히지 않고 있다.
LNG 생산량 세계 1위인 카타르는 지난 2004년 이후 LNG와 관련해 이렇다 할 신규 투자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유럽 등 전 세계에서 강화된 환경 기준 때문에 LNG 수요가 늘자 생산 설비 증설과 동시에 이를 운반할 LNG선 발주에 나섰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사진제공=현대중공업
카타르의 LNG선 수주전에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대규모 물량을 가져갈 수 있게 된 것은 압도적인 LNG선 건조력 때문이다. LNG선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이 주름잡던 시장이었지만 한국 업체들의 ‘디테일’에 판세가 뒤집혔다. LNG선의 ‘화물창’ 타입이 일본을 앞지를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일본은 선체에 공 모양의 화물창 수 개를 실어놓은 형태인 ‘모스’ 타입의 LNG운반선으로 1980년대를 장악했지만 국내 조선소들은 선체와 화물창을 일체화한 ‘멤브레인’ 타입을 개발해 격차를 단숨에 좁혔다. 선주들은 모스보다 적재 용량이 40% 더 큰 멤브레인을 선호하며 한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세계 시장을 지배했다. 자연 발생하는 증발가스를 100% 액화해 화물창에 집어넣는 ‘완전재액화시스템(FRS)’도 한국 조선산업이 LNG운반선에서 격차를 유지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 /사진제공=삼성중공업
러시아와 모잠비크 등의 다른 대형 LNG 프로젝트의 발주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추진하는 대규모 LNG 개발 사업인 ‘ARCTIC(북극) LNG-2’ 프로젝트의 경우 기존 15척의쇄빙 LNG선 외에 추가로 10척을 더 발주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5척을 수주했다. 업계에서는 기술 파트너로 참여한 삼성중공업과 2014년 러시아 쇄빙 LNG선 15척 수주전을 싹쓸이한 대우조선해양이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선박금융 지원을 받는 중국 후동중화조선이 일부 물량을 수주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모잠비크의 LNG 프로젝트도 미국수출입은행의 지원금 증액으로 연내 발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모잠비크 LNG선 발주 규모를 16척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나란히 8척씩 나눠 수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