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뺨맞고 文에게만 화풀이... "갈 데까지 가보자"

"적은 역시 적... 남북연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폐"
'대북전단 금지 검토중' 통일부까지 '늑장대응' 비난
대북전단 빌미 삼았지만 실제론 북미관계 책임 전가
코로나 어려움 따른 내부결속, 대미메시지 분석도

2018년 4월27일 판문점선언 당시 남측 판문점 평화의 집을 방문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남북관계 단절까지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대북전단 살포는 벌써 10년 가까이 이어진 것인 만큼 북미관계 악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외교적 위기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북 간 긴장 수준을 높여 내부 결속을 다지고 미국에 다시 한 번 메시지를 보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대변인은 5일 노동신문을 통해 담화를 내고 “지금 우리 인민들은 ‘탈북자’ 쓰레기들이 저지르고있는 반공화국삐라살포행위와 이를 묵인하고있는 남조선당국의 처사에 치솟는 분노와 혐오감을 느끼고있다”며 “더러운 것은 애당초 피하는것이 상책이라 하였지만 똥개들이 감히 우리의 최고존엄을 건드리며 신성한 우리 지역에 너절한 오물쪼각들을 도가 넘을 정도로 날려보내는데 대해 격분을 금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대변인은 이어 “꿈보다 해석을 좋게 하는데 습관되여 그런지 처음에는 저들에 대한 협박으로, 나중에는 거기에 협박이라기보다 남측이 먼저 교류와 협력에 나서라는 숨은 메쎄지가 담겨져있다고 어리석게 해석하더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난해에도 10차례, 올해에는 3차례 삐라를 뿌렸는데 이번 살포를 특별히 문제시하는것을 보면 대화와 협상을 바라는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헛된 개꿈을 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이 대변인은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까지 겨냥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놀라운것은 통일부 대변인이 탈북자들이 날려보낸 삐라의 대부분이 남측지역에 떨어져서 분계연선 자기측 지역의 생태환경이 오염되고 그곳 주민들의 생명과 생활조건에 악영향을 미치기때문에 삐라살포가 중단되여야 한다고 가을 뻐꾸기같은 소리를 내고있는것”이라며 “그런가 하면 저들이 오래전부터 대치계선에서 긴장조성행위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삐라살포방지대책을 취해왔고 실효성있는 제도개선방안도 검토하던중이라며 마치 아차하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진듯이 철면피하게 놀아대고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내에서는 통일부가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제1부부장의 요구에 지나치게 긍정적으로만 검토한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는데 북한은 남측이 진작 조치를 하지 않은 것에 불만을 토한 것이다.

김여정. /연합뉴스

대변인은 “남조선에서 공개적으로 반공화국삐라를 날려보낸것이 5월31일이지만 그전부터 남측의 더러운 오물들이 날아오는것을 계속 수거하며 피로에 시달려오던 우리는 더이상 참을수 없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은 역시 적’이라는 결론을 더욱 확고히 내리였다”며 “첫 순서로 할 일도 없이 개성공업지구에 틀고앉아있는 북남공동련락사무소부터 결단코 철페할것이며 련속 이미 시사한 여러가지 조치들도 따라세우자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벌어지고있는 사태를 직시하면서 대결의 악순환속에 갈데까지 가보자는것이 우리의 결심이다. 우리가 선택한 길은 언제나 곧바르기때문”이라며 “어차피 날려보낼것, 깨버릴것은 빨리 없애버리는것이 나을것이라는것이 우리의 립장”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날 담화는 표면적으로는 탈북자 단체의 전단 살포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쌓인 외교·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불만을 문재인 정부에 쏟아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들은 나름대로 문 대통령과 합의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했음에도 미국과의 관계가 나아지지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수위가 낮아지지도 않았다는 분노를 남측 정부에 강하게 표출한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자신들은 4.27, 9.19 합의를 통해 남한 정부가 하자는대로 다 했으나 현재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북한이 남한 정부를 바라보는 시각”이라며 “이는 남북관계를 통해 북미관계로 나아가려는 북한의 전략이 미국과의 대화에 막혀 더 이상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며 그 서운함과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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