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수 석달 연속 마이너스...실업급여 1조 돌파할 듯

집단감염에 코로나 장기화 의식
서비스·제조업 고용절벽 이어져
5월 고용동향 마이너스 불가피
실업급여도 또 최대치 기록 예상

서울 중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사람들이 실업급여 설명회를 듣기 위해 줄지어 있다. 3월과 4월에 이어 5월에도 취업자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성형주기자

정부의 각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책에도 불구하고 5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 3월과 4월에 이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 고용충격도 회복에 시간이 더 필요한데다 글로벌 봉쇄(록다운)조치로 제조업 수출에도 타격이 확산되면서 고용 절벽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향후 고용시장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5월 노동 시장 동향’과 ‘5월 고용 동향’이 각각 8일과 10일 발표된다. 우선 5월 고용동향의 경우 4월 감소 폭을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어도 마이너스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달 통계를 조사했던 11일 주간이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이 터진 직후여서 서비스업 일자리를 중심으로 회복세에 발목을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등 수출 부진으로 제조업 고용부진이 본격화될 조짐도 보인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월 대비 수치는 몰라도 전년 대비라면 여태까지 빠진 것을 늘려 회복하기는 한동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업자 수는 올 3월 19만5,000명 감소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지난달에는 47만6,000명 줄어 외환위기 여파가 미쳤던 1999년 2월(65만8,000명) 이래 최대 충격을 받았다. 휴업·휴직 등으로 일하지 못한 일시휴직자 수는 3월과 4월 두 달 연속 100만명을 넘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고용은 후행 지표이기에 취업자 수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최정점을 찍었을 때가 4월인데 보통 후행성이 3~4개월 정도는 있다고 보니 그 수준은 조금 나아졌을 수 있어도 언제 플러스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임시·일용직 취업자 수가 소폭 개선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와 함께 사업주들이 인력을 뽑아야 할지 고심하면서도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아직은 주저하는 경향이 더 강한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잠시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코로나19 장기화를 의식해 채용 자체에 소극적이라는 뜻이다. 4월 임시 근로자는 58만7,000명 줄어들어 1990년 1월 통계 개편 이래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고 일용근로자는 19만 5,000명 감소해 2016년 5월 (-27만1,000명)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다.

지급액과 수급자가 최근 들어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는 실업 급여의 경우 5월 노동시장 동향에서 1조원을 돌파해 또다시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4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9,933억원으로 한 달 구직급여 지급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올해 2월(7,819억원), 3월(8,982억원)에 이어 3개월 연속이다. 노동부는 4월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분 중 구직급여 지급 기간 연장과 1인당 지급액 증가에 따른 것은 각각 691억원, 551억원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1,309억원이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도 구직급여 지급액은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였다. 특히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 추진으로 고용보험 가입 대상이 학습지 교사와 같은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프리랜서, 자영업자 등으로 단계적으로 확대된다면 구직급여 지급액 증가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돼 재원 확보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달 4일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국회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받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업급여 재정 소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4월 고용상태가 6월까지 지속되면 올해 예상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164만명으로 31만명 불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애초 연말에 3조5,000억원 남을 것으로 추산된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4월 고용상태가 6월까지 가면 1조4,000억원으로 쪼그라들게 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쉽게 말해 장사가 안 되니 차라리 실업 급여나 받으라고 해고하는 절차를 밟게 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고용 안정 패키지는 말 그대로 초단기적 구제로 정부가 재정으로 보완하겠다는 상황이지만 지속 가능한 게 아니니 효과가 떨어지는 순간 언젠가 탈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