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들의 감산조치 연장과 미국의 고용지표 호전에 힘입어 유가가 강한 반등세를 보이며 꿈틀거리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은 지난 5일(현지시간) 배럴당 39.55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일 대비 5.71% 급등했다.
최근 유가 강세는 미국의 경제활동 재개와 예상보다 좋은 고용시장 개선의 영향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실물경제에 온기가 조금씩 돌기 시작해 유가도 슬금슬금 상승폭을 키우는 분위기다. 경제활동 재개는 당장 고용시장뿐 아니라 관광과 서비스 등의 분야에도 영향을 미쳐 휘발유를 비롯해 원유 소비를 늘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꽁꽁 얼어붙었던 원유시장에서 낙관론이 하나둘 고개를 드는 이유다.
미 노동부가 5일 공개한 5월 비농업 일자리는 250만개 늘었다. 전망치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비농업 일자리가 750만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4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비농업 일자리가 2,050만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실업률도 13.3%로 떨어져 시장 전망치(19%)를 크게 밑돌았다.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산조치로 WTI는 5월부터 상승 전환했다. 앞서 OPEC+는 4월12일 코로나19의 여파로 원유 수요가 크게 줄고 WTI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유가가 폭락하자 긴급회의를 열었다. OPEC+는 당시 회의에서 5월부터 두 달간 원유 생산량을 하루 970만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감산조치였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100만배럴을 추가로 줄이기로 했으며 OPEC+ 미참여국인 미국과 캐나다·노르웨이도 감산에 동참했다. 산유국의 핵심인 OPEC+ 회원국들이 5월부터 대규모 감산에 돌입하자 5월 한 달간 국제유가에는 가속도가 붙었다. 7월물 WTI는 5월 한 달간 62.4%나 올랐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카운티에 위치한 대형 유통업체 샘스클럽의 주유소. /UPI연합뉴스
다만 여전히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산유국 간에도 감산 연장에 대한 의견이 일부 다른 점은 불안요인이다. 언제든 산유국 간 이해차이로 감산합의 약속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원유시장이 단시일 내 안정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이번에 OPEC+는 기존 원유 감산 규모를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지만 소폭 줄어든 하루 960만배럴을 줄일 계획이다. 멕시코가 끝까지 감산 연장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멕시코의 결정은 산유국들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유국들이 기존 감산계획을 제대로 이행할지도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5월 한 달간 OPEC 13개 회원국 중 감산하기로 한 10개국은 할당량 중 74%만 이행했으며 이라크는 약속한 감산량의 38%, 나이지리아는 19%밖에 줄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OPEC 10개국에 할당된 몫은 하루 608만4,000배럴이었으나 감산량은 448만배럴로 약 160만배럴 모자랐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취했던 봉쇄조치를 완화하면서 재유행 우려가 커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함마드 아르캅 OPEC 사무총장은 화상회의 후 “지금까지의 진전에도 안심할 수 없으며 우리가 직면한 도전은 여전히 벅차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7일 ‘저유가 지속 가능성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 점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올해 안에 국제유가가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도로 운송 및 항공여객 수요 정상화가 쉽지 않아 글로벌 석유수요 회복이 완만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OPEC+는 앞으로 매달 회의를 개최해 원유수급 현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오는 18일에는 다시 화상회의를 열어 8월 이후 추가 감산 여부를 결정한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