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AF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의 지지율이 아베 총리 재집권 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민영방송 TV도쿄가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고 밝힌 이들은 응답자의 38%로, 지난달 8∼10일 조사한 것보다 11% 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안보 법제 개편 추진으로 여론이 악화한 2015년 7월(38%)과 같은 수치로, 2012년 12월 아베 총리 재집권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변한 응답자 비율은 지난달 조사보다 9% 포인트 상승한 51%를 기록했다. 내각 비판 여론이 지지 여론보다 많아진 것은 지난 2월에 이어 약 4개월 만이다.
세대별로 지지율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먼저 고령 유권자 사이에서 비판 여론이 두드러지면서 60대 응답자의 66%는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성별로는 여성의 54%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혀 남성(48%)보다 높았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이들 중 30%가 ‘지도력 부재’를 이유로 꼽았다. 아베 총리의 지도력이 없다는 반응은 지난달(35%)보다는 줄었지만 올해 1∼3월 조사에서 10%대였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많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대책이 유권자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가 모든 주민에게 1인당 10만엔(약 111만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73%가 ‘늦다’고 답했다. 빠르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우선적으로 나서야 할 과제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의료체제 정비를 꼽은 이들이 33%로 가장 많았고 검사 체제 확충이 22%로 뒤를 이었다. 코로나19 관련 정부의 대처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6%로 지난 조사보다 9%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 긴급사태 와중에 내기 마작을 해 파문을 일으킨 구로카와 히로무 전 도쿄고검 검사장을 정식으로 징계하지 않고 경고의 일종인 ‘훈고’ 처분한 것에 대해 응답자의 62%는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정당 지지율은 집권 자민당이 36%로 가장 높았고 입헌민주당이 9%로 뒤를 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5∼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아베 내각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40%로 지난달 8∼10일 조사 때보다 2% 포인트 떨어졌다. 아베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 포인트 상승해 50%를 기록했다. 요미우리 조사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절반을 넘은 것은 사학재단 비리 의혹으로 정국이 들끓던 2018년 4월 조사(53%)에 이어 2년 2개월 만이다.
일본 정부의 경제 대책에 불만을 느낀다는 응답은 64%로 만족한다는 반응(27%)의 두배를 넘었다.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26%)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고 아베 총리(15%)와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15%)이 뒤를 이었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자민당이 34%로 가장 높았으나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반응한 이들이 45%에 달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