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 대책위원회 주최로 책임자 처벌 및 배상 촉구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8일 디스커버리펀드의 투자피해자들을 만난다. 기업은행이 조만간 이사회에서 선보상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데다가 신한·우리은행이 라임 사모펀드 투자피해자에게 우선적으로 최소 절반 규모의 보상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만큼 기업은행과 피해자 사이에 견해 차를 좁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행장과 200여명의 디스커버리펀드 투자자 모임인 피해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에서 간담회를 갖는다. 간담회는 오는 11일 이사회 개최를 앞두고 윤 행장이 피해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하면서 성사됐다. 사모펀드 피해자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디스커버리펀드는 국내 운용사인 디스커버리운용이 기획한 사모펀드다. 미국 운용사 DLI가 국내 금융권에서 모집한 투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이다. 기업은행은 2017~2019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와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각각 3,612억원, 3,180억원어치 판매했다.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한 금융사 중에서 가장 큰 규모다.
문제는 DLI가 지난해 4월 실제 수익률과 투자자산 가치 등을 허위 보고한 것이 적발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고발당하면서 불거졌다. DLI가 운용하는 펀드 자산이 동결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현재 914억원어치가 환매 지연된 상태다.
윤종원 기업은행장
이로 인해 수백여명의 피해자들이 생기면서 기업은행도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기업은행에서는 일찍이 투자금의 일부를 피해자에게 선지급한 뒤 미국에서 자산 회수가 이뤄지는 대로 나머지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아울러 지난달에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을 분리 독립하고 투자상품 대응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기업은행이 투자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고지않는 등 사기 판매한 만큼 원금과 이자를 전부 돌려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디스커버리펀드사기피해대책위원회 측은 “(기업은행이) 100% 환매를 장담하면서 무리하게 가입시키고 판매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계약원금과 이자를 즉각 돌려주고 펀드판매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날 윤 행장과의 면담에 앞서 청와대를 방문해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진정서는 청와대에 디스커버리펀드 사기 피해 조사와 해결방안을 촉구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