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음악이라는 이름의 연대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


최근 국제 공연시장에 불확실성이 상시화되면서 평소 교류가 있는 국내외 오케스트라 경영자들과 화상회의나 이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실시간 근황을 확인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일이 잦아졌다. 종종 일면식도 없는 해외 공연예술기관이나 오케스트라 협회 등에서 자문을 구해오기도 한다. 필자의 기관은 새로운 일상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모여서 연습은 할 수 있는지, 프로그램과 연주자는 어떠한 변화를 계획하고 있는지, 연주자와 관객에 대한 방역 체계는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공연 중단으로 인한 단체의 재정위기는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등 내용은 다양하지만 모두 상황에 대한 공감대가 그 기저에 있다. K방역의 성과로 인한 한국 상황에 대한 관심도 있겠지만, 어쩌면 단순히 각자의 불안한 상황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서로의 취약함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위기의 리더’들은 위로받는 것 같다.


물리적 거리두기가 일상을 지배하면서 심리적 공감지수와 연대의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른다는 것은 위기의 시대가 갖는 역설적 미학이다. 소통과 공감의 기저에는 각자에게 닥친 현실의 ‘취약함’에 대한 인정이 존재한다. 지구상의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닥친 현실 앞에, 우리가 할 일은 이를 회피하거나 거부하기보다 위기 상황을 겸허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나아가 어려움을 공감하는 동료들과 집단지성을 모으고 함께 용기와 희망을 노래해 나가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뜻을 담아 국경을 넘나드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음악적 연대의 표현으로, 한국과 미국의 두 오케스트라가 연합하여 희망을 연주하는 무대를 꿈꾸어 보려 한다. 사정 변경이 없었다면 이번 달 한국에서 이루어져야 했을 협력 프로젝트를 디지털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먼저 서울시향의 단원들이 모여서 음악을 녹음하고, 여기에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의 개별 단원들이 연주를 더해 이를 하나의 영상물로 만들게 된다. 바이러스라는 공통의 적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 시민들에게 음악적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자 하는 동시에, 최근 있었던 미네소타에서의 비극적 사건에 대한 위로의 의미도 담겨있다.

아닌 게 아니라, 작금의 상황에서 음악만큼이나 공감의 끈이 되는 존재도 없을 것이다. 음악은 연주자와 관객을 소통시킬 뿐 아니라, 연주자와 연주자 간 교감을 이루어내도록 한다. 집단적 공감의 예술인 오케스트라에게 물리적 거리두기의 시대에 ‘함께’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한층 더 아름다운 이유다. 음악의 힘은 언어와 사상을 뛰어넘고, 물리적 장벽을 뛰어넘어 우리를 하나가 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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