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동생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면 툭 튀어나오기야 하겠다면 그게 답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tvN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는 10년째 거실 벽면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처럼 변함없어 보이지만, 훌쩍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변해버린 가족에게 정말 할 말이 많은 작품이다.
한평생 가족들 먹여 살리겠다며 몸을 써 온 아버지. 중학교도 졸업 못한 그는 엄마 진숙(원미경)과 아이들이 삶의 전부였다. 열심히 일해 자식 셋을 대학에 보내고, 융자 낀 아파트를 사고, 내 트럭까지 샀다. 그러나 그렇게 흘러버린 시간만 수십년, 가족들은 멀어져도 이미 너무나 멀리 멀어져버렸다.
아이들은 훌쩍 커버려 어른이 된 것 같고, 아내는 그가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불편해보인다. 말이 없어지고, 산이 좋아졌다. 평생 일만 하며 살아왔는데 취미생활 한다고, 돈을 적게 벌어온다며 아내는 홀로서기 하겠다고 선언한다.
언제부턴가 중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졸혼 이야기. 세상이 바뀌었다. 자식에게 피해주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상상을 하고, 조금이나마 설레던 진숙의 ‘졸혼 선언’ 직후 남편 상식(정진영)이 막내아들보다 어려져 나타났다. 22살이 된 그의 앞에서 한 남자의 ‘삶’ 전부가 된 그녀의 새로운 인생계획은 잠시 멈춰섰다.
이야기는 일반적인 가정을 소재로 하지만, 전개는 소통의 부재를 중심으로 이어진다. 가족 구성원 모두 서로에게 소원해져버렸고, 더 이상 깊은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아빠와 엄마는 입을 닫았고, 둘째 딸 은희(한예리)는 친구에게만 고민을 털어놓는다. 포털사이트 영상클립을 보며 시청자들은 말한다. “왜 저렇게 우리 집이랑 똑같냐”고.
평범하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다. 드라마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한 접점을 만들지 않는다. 뜻밖의 사고에 22살 10월을 살아가고 있는 아빠를 통해 지난 세월은 물론 몰랐던 가족의 비밀까지 드러나며 하나씩 하나씩 가족의 공통분모를 만들어가고 있다.
권영일 감독은 “너무 가까워서 모르고 지냈던 가족, ‘괜찮을 거야’라고 간과했던 우리의 일상을 돌이켜보고 싶었다”며 “그 이면에 가장의 무게감 너머의 모습, 가족 뒷바라지를 하며 묵묵히 가정을 꾸려온 어머니의 다른 얼굴,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자녀들의 내밀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었다. 하나의 개인으로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는 가족 구성원들이 생각지도 못한 비밀과 마주했을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할지에 대한 이야기가 핵심이다. 서로의 비밀과 관계의 반전, 이를 대처하는 가족들의 시선이 현실적이고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은정 작가는 “가족의 위치는 늘 같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진다. ‘가족도 내가 아닌 타인인데, 우리가 타인을 다 알 수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며 “우리는 서로 조금씩 부족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족이라도 이해하기 위해 꼼꼼히 들여다보고, 오래 들어주는 수고가 필요하다. 이 드라마는 각자 다른 인물의 이야기이면서도 가족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이어 김 작가는 “언젠가 아버지의 일기를 보게 되었는데, 흑백 사진 속 아버지의 청춘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그때 ‘스무 살의 아버지를 만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나의 부모님, 그리고 여러분들의 부모님도 청춘으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향후 이야기 전개의 핵심을 짚어주기도 했다.
가족들은 저마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 처했다. 엄마의 졸혼 선언, 22살로 돌아간 아빠, 첫째 은주(추자현)의 출생의 비밀, 둘째딸 은희의 직장 상사와의 하룻밤까지. 지난주 방송에서 숨가쁘게 사건을 나열한 만큼 여느 가족드라마와 다르게 빠른 전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작진은 “결정적 변화를 맞은 이들 가족에게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tvN 월화드라마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 3회는 8일 오후 9시에 방송된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