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수공예 작가에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플랫폼 스타트업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3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에 성공한 백패커는 경력단절 여성이나 공예 전공 학생, 은퇴자 등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을 사고 팔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아이디어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디어스에는 수제 비누서부터 핸드백, 면 마스크, 유기농 유정란까지 없는 게 없다.
9일 본지와 만난 김동환(사진) 백패커 대표는 “아이디어스에서는 공산품이 아닌 모든 ‘작품’들을 판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했거나 경력단절녀 가운데 공예품을 만드는 데 재주가 있어도 판로가 없다 보니 대부분 능력을 썩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들의 적성을 살려 수익을 낼 방법을 찾다 아이디어스를 만들게 됐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과거엔 손재주가 있는 경단녀나 은퇴자, 공예 전공 학생들이 적성을 살려 수익을 낼 곳이 부족했는데 아이디어스를 통해 꿈을 펼치고 수익도 내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수공예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이디어스의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월 평균 거래액은 36억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4월 매출만 1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매년 거래액이 2배씩 성장하고 있다. 수공예만으로 억대 매출을 올리는 작가들도 속속 생기고 있다. 김 대표는 “2017년 연 1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작가는 42명이었는데 지난해 128명으로 늘어났다”며 “1인 사업자 위주의 수공예 플랫폼을 더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가장 많은 수공예품 판매한 한 작가는 1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늘어나는 거래액 만큼 수공예품을 만들어 올리는 작가 풀도 다양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엔 주부인 엄마와 취업에 실패한 딸이 함께 천연 수제 화장품을 만들어 팔아 월 1,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린 사례도 있다”며 “오프라인 수공예점을 운영하던 자영업자들도 가게를 접고 아이디어스를 통해 직접 제작한 제품을 판매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디어스의 이 같은 성장성에 벤처캐피탈(VC)도 주목하고 있다. 미래에셋벤처 등 주요 VC들은 거액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국내 수공예 산업을 온라인을 통해 활성화해 보겠다는 꿈을 밝혔다. 그는 “국내 수공예는 아직 영세한 수준인데 앞으로 최종 생산된 수공예품뿐 아니라 수공예 재료, 인프라까지 통합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며 “국내 수공예 작품은 곧 한국의 문화이기 때문에 작품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이디어스는 수공예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와 해외 진출 등도 검토중이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