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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한 검찰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삼성그룹은 “최악은 피했다”며 안도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 회사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긴장했던 삼성은 법원의 결정이 기각으로 나오자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9일 이 부회장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은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법원 판단을 반겼다. 삼성 관계자도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천만다행”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고 검찰의 혐의 내용에 대해서도 다툼의 여지가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삼성은 검찰이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겠지만 경영활동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해 추후 재판을 받게 되더라도 정상에 가까운 업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글로벌 투자 계획 등 최근 활발하게 이어온 ‘뉴삼성’을 향한 경영 행보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에서는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다. 이 부회장을 겨누고 있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앞서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때도 특별검사팀이 1월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2월에 영장을 재청구해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구속된 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기 전까지 꼬박 1년을 구치소에서 살았다. 이 때문에 삼성에서는 당시의 악몽을 떠올리며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반응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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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삼성은 지난 2일 기소 여부와 신병처리 방향에 대해 검찰 외부의 판단을 듣고 싶다며 신청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결과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이 절차를 통해 불기소될 경우 이 부회장은 이번 합병 사건과 관련해선 자유로운 몸이 되는 셈이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는 오는 11일 결정된다. 하지만 현재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구속은 면했더라도 검찰이 이미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상, 기소를 피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만약 수사심의위원회에서 불기소 권고가 나온다 해도, 검찰이 반드시 이 권고를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닌 만큼 기소할 수 있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 입장에서는 현재 걸려 있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과 함께 또 하나의 커다란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는 셈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당장 큰 걸림돌은 넘어섰지만 삼성 입장에서 당분간 사법 리스크는 계속 존재한다”며 “재판이 장기화하거나 어느 쪽이든 실형이 선고될 경우 경영 차질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