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찰의 과잉 진압 과정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민주당이 경찰의 과잉진압과 인종차별을 막기 위한 법안을 발표했다.

8일(현지시간) AP통신·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은 이날 “구조적 변화 없이 안주할 수 없다”며 ‘경찰법 내 정의(The Justice in Policing Act)’라고 명명한 경찰 개혁 법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무릎으로 목을 누르는 제압 방식을 금지했다. 또한 경찰의 카메라 장착을 의무화해 연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치명적 무기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경찰의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조치도 포함됐다. 그동안 경찰은 공무 수행을 이유로 총격·폭력 등을 가하고도 면책특권을 부여받아왔지만, 앞으로는 경찰이 개인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을 때 손해를 배상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한 경찰의 위법행위로 손해를 입은 경우 그동안은 피해자가 경찰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경찰이 자신의 권리를 박탈했다는 것만 입증하면 돼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가 쉬워질 전망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미국 법무부가 경찰의 위법행위를 조사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 경찰이 이 같은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경우 연방 기금 지원을 받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됐다.

법안 초안은 흑인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 내 블랙코커스 회원들이 만들었으며 민주당 상·하원 지도부가 함께 발표했다. 블랙코커스 의장인 캐런 배스 하원의원은 이 법안이 “미국의 치안에 대한 대담하고 변혁적인 비전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조지 플로이드의 동생을 증인으로 불러 청문회를 개최, 이달 내로 법안을 하원에 상정할 계획이다. 다만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법안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한편 법안 발표에 앞서 펠로시 의장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20여명은 의사당에서 8분 46초간 한쪽 무릎을 꿇고 플로이드를 추모했다. 8분 46초는 경찰관이 무릎으로 플로이드의 목을 누른 시간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처럼 느껴졌다”며 “흑인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