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3차 정치국 회의를 열어 자립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북한이 9일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보복 조치로 청와대 핫라인을 비롯한 남북 간 모든 소통창구를 폐쇄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 차단한 것은 남측과의 관계 개선보다 냉각기를 가지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중갈등으로 인해 동북아 지역에 ‘신 냉전’을 방불케 하는 진영 싸움이 격하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교류협력 사업의 추진이 어려운 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 재연되고 있다”며 “북한은 지금의 남북관계가 매우 엄중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밝혀 왔고, 이런 인식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고강도의 압박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 북한은 대남 업무를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는 ‘대적 사업’으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 남북과 소틍 완전 차단한 北 |
통신은 지난 8일 대남사업 부서들이 참여하는 사업총화회의가 열렸으며, 김여정 당 제1부부장과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이런 지시를 내렸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과거에 비해 신속하게 남측과의 관계를 소통창구를 닫은 것은 김 제1부부장의 위세와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 南을 적으로 규정한 北 |
김 제1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내고 탈북민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연락사무소 폐쇄,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등 응분의 조치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대 교수는 “과거에 비하면 일사불란하게 연락기능 차단 처리됐다”며 “김여정의 위상 때문으로 보인다. 김여정 담화는 곧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통신은 김 제1부부장과 김 부위원장이 회의에서 “대남사업을 철저히 대적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이 저지른 죗값을 정확히 계산하기 위한 단계별 대적사업 계획들을 심의했다”면서 “우선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 연락선들을 완전히 차단해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과 더는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통신연락선 차단·폐기는) 남조선 것들과의 일체 접촉공간을 완전격폐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첫 단계 행동”이라고 밝혀 추가 단계적인 ‘대적사업’ 조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임 교수는 “특히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는 결정은 최악의 경우 군사적 대결 상황까지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며 “대북 전단지 문제는 북한 정권에는 극도로 예민하고, 용납하기 힘든 문제다. 자신들의 최고존엄과 인민들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탈북단체들의 전단지 살포 행위는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품고 있었던 우리에 정부에 대한 불만을 폭발시키는 촉매제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 추가 도발 전주곡? |
북한이 김 제1부부장의 담화에서 공언한 것처럼 통신 연락 채널을 폐쇄한 만큼 향후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대남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개성공단 폐쇄와 미사일 시험발사 등의 도발은 향후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 상황 추이를 보며 추가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로 남겨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경론보다는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임 교수는 “북한은 단계적으로 경고한 조치들을 취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남북 간 극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좌고우면하지 말고 정치력을 발휘해 대북 전단지 살포 재발 행위를 근본적으로 막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