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인적성 검사 시험장에 수험생들이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LG(003550)가 올 하반기부터 신입사원 채용 방식을 상하반기 정기 채용에서 연중 상시 선발 체제로 전환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각 계열사 별로 필요 인원을 적시에 선발하기 위해서다. 공채를 폐지한 현대차, 순차 축소를 밝힌 SK에 이어 LG도 정기 공채 폐지를 선언하면서 5대 그룹 가운데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삼성과 포스코만 남게 됐다.
9일 LG에 따르면 LG는 하반기부터 각 계열사가 현업 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채용 공고를 내고 필요한 인재를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LG는 그동안 공채를 통해 매년 1만 명 이상의 신입·경력사원을 선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수시채용 방식 전환에도 올해 채용 규모는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LG는 신입사원의 70% 이상을 채용 연계형 인턴십(4주)으로 선발할 계획이며 이 비중은 점차 높아질 예정이다. 나머지 인원은 산학협력, 공모전 등의 방식으로 채용한다. LG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성장 준비를 위해 당장의 인력 수급 차원이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수 인재 선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 하반기 수시 채용은 LG 화학이 먼저 스타트를 끊는다. LG화학(051910)이 전지사업본부, 생명과학사업본부 채용 연계형 인턴십 공고를 내는 것을 시작으로 LG유플러스(032640)·LG하우시스(108670) 등의 계열사들이 상시채용을 진행할 예정이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034220)는 아직 채용 계획이 미정이다. 하반기 수요조사를 통해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8년부터 수시 채용으로만 인력을 선발한 LG생활건강(051900)도 필요 직무에 대해 채용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LG상사(001120)와 LG이노텍(011070)은 지난해 신입 공채와 상시 채용을 병행한 뒤 올해 상반기 상시 채용을 시작해 진행 중에 있다. 하반기는 유동적이다.
LG는 오프라인으로 실시해오던 인적성 검사도 9월부터 전면 온라인방식으로 전환한다. 인성 검사 문항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적성 검사 문제 유형은 온라인에 최적화해 응시 시간을 기존 3시간에서 1시간대로 대폭 단축시킨다. 시간 및 장소의 제약을 받지 않는 만큼 계열사별 수시 채용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면접도 직무별 필요에 따라 인공지능(AI) 면접 등 화상면접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비대면 채용 방식 활성화와 함께 채용 정보도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9월부터 통합 채용 포털 사이트인 ‘LG커리어스’에 탑재될 상담 챗봇 서비스를 통해 지원자들에게 다양한 직무별 인재상과 역량 등 채용 정보와 채용 전형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LG는 상시 채용 제도가 현장 중심의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확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경영 환경과 기술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지원자들의 적합성을 미리 확인해보고 지원자들은 직장으로서의 회사와 희망 직무를 경험할 수 있다 앞으로 계열사별로 점차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다. 다양한 회사에 여러 번 지원할 수 있어 일괄적으로 치르는 공채보다 취업 기회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 방식을 선택하는 기업은 점차 많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2월 대졸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을 채택하겠다고 밝히자 SK도 올해부터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채 폐지 및 수시채용 도입을 밝혔다. 재계 12위인 KT도 올 3월 매년 두 차례 진행하던 정기 공개채용을 폐지하고 빈자리는 인턴 기간을 거쳐 정직원으로 전환되는 수시·인턴채용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수시 채용 확대 기조에 채용 규모가 점차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 꺼번에 수백, 수천 명을 뽑는 공채가 아닌 수시·상시 채용의 경우 채용 규모가 대부분 한자리나 두자릿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는 취업 문이 좁아진다는 불안감과 함께 매번 채용 공고문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증가한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해 4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LG 테크 콘퍼런스’에서 미주 지역에서 유학 중인 석사, 박사 과정 인재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LG
여의도 LG트윈타워./사진제공=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