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나 작사가. /사진제공=위즈덤하우스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그리고 그걸 전하고 싶은 누군가가 있을 때 이 책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너무 익숙한 언어는 마음보다 먼저 입 밖으로 나오기 일쑤인데, 어쩌면 그런 오류가 서로 소통하는데 가장 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요. 소중한 누군가와는 온전한 맨 마음이 닿기를 바랄 때가 있잖아요. 그런 바람에 약간의 힌트가 되길 바랍니다.”
작사가이자 방송인 김이나는 신간 ‘보통의 언어들’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 ‘김이나의 작사법’(2015)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산문집이다. 전작이 가사를 쓰는 법에 초점을 맞췄다면 신간은 가사의 재료가 되는 ‘언어’에 집중했다. ‘실망’‘선을 긋다’‘기특하다’ 등 낯설지 않은 43개 보통의 언어들에 김이나의 색다른, 또는 울림을 주는 생각들을 오롯이 담았다. 김이나는 브라운아이드걸스 ‘아브라카다브라’, 아이유의 ‘좋은 날’, 이선희 ‘그 중에 그대를 만나’ 등 400곡이 넘는 가사를 써 저작권료 수입 1위를 기록한 스타 작사가로, 최근 라디오DJ와 JTBC ‘팬텀싱어3’ 심사위원 등 방송에서도 활약 중이다.
최근 서면을 통해 서울경제와 만난 그는 “‘김이나의 작사법’은 내가 확실히 알게 된 것들을 쥐고 명확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기분으로 완성했다면, 이번 책은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들은 어떤가요?’라는 마음으로 완성한 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말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며 “같은 단어, 표현이라도 각자 다른 의미와 역사를 반영해서 쓰기도 하고, 당연하게 쓰고 있는 말들에도 오차가 꽤 있다. 습관적으로 쓰는 말들을 들여다보면 나도 몰랐던 내 속내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 작사가 김이나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들 |
김이나 작사가. /사진제공=위즈덤하우스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그가 라디오 DJ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난해부터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하는 그는 라디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인다. 책 뒷부분에는 라디오 코너 ‘김이나의 밤편지’에서 청취자들과 나눴던 기록들을 담았다.
그는 라디오 DJ를 하면서 ‘지금 이동 중’이라고 전하는 문자에 유독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그런 문자를 받을 때는 집에 도착하면 꼭 알려달라는 말을 해요. 그러면 청취자분은 도착문자를 보내주시죠. 한 사람의 귀갓길에 함께 한다는 게 이상하게 저는 뭉클하더라고요. 잘 도착했다는 말을 들으면 괜히 안심되고, 내가 데려다 준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장소와 상관없이 같은 노래를 들으면서 수다를 떤다는 건 매일 겪어도 멋진 일이에요.”
김이나로 인해 작사가라는 직업이 조명을 받으면서 작사가를 꿈꾸는 이들도 많아졌다. 그에게 좋은 작사란 무엇인지 묻자 “좋은 작사란 절대적으로 곡의 특성과 멜로디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가사를 쓰는 것”이라며 “가사란 글이 아닌 ‘소리’라는 점이 현실적으로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팁”이라고 설명했다. 가사를 잘 쓰기 위해서는 글쓰기를 연습하기 보다 노래를 많이 들어야 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감정을 느끼는 것만큼 작사에 도움되는 일은 없다”는 조언도 건넸다.
라디오DJ, 방송인으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는 김이나지만 “이 모두 작사가라서 가능한 것이었다”며 “결국엔 작사가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작사가는 가사를 주고 나면 그 노래를 떠나보내지만, 가수는 앞으로도 계속 그 노래를 부르며 살게 되죠.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가사를 쓰고 싶어요.”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