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두산솔루스(336370)를 분리 매각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최근 진행한 예비입찰에서 유력 원매자였던 롯데케미칼이 불참하는 등 매각 성사에 적신호가 켜지자 대안 실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과 매각주관사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주 두산솔루스 예비입찰에 실패한 후 회사 핵심사업 3개 부문(동박·전지박·첨단소재(OLED))의 부문별 원매자들과 개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두산은 두산솔루스의 전체 기업가치(EV)로 ‘1조5,000억원 +α’를 기대하는 등 흥행에 자신감을 가졌다. 자금력이 풍부한 롯데케미칼도 막판까지 입찰 여부를 고심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예비입찰 결과 롯데가 응찰을 최종 포기하고 일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도 기대 이하의 가격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두산솔루스 매각이 실패하거나 헐값 매각할 경우 밥캣이나 ㈜두산 산업차량 부문 등 두산이 애지중지하는 핵심사업까지 내줘야 할 위기에 몰릴 수 있어서다. 이에 앞서 산은은 두산이 3조원 규모의 자구안을 실행하는 조건으로 3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산솔루스를 적정 가격에 팔지 못하거나 매각 작업이 지연되면 두산이 자체 마련한 구조조정 스케줄도 완전히 꼬이게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두산은 두산솔루스의 사업 부문별로 관심을 보여왔던 중소형 PEF 운용사들과 접촉해 컨소시엄을 꾸리는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예를 들면 OLED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과 동박·전지박에 투자를 검토하는 PEF를 묶어 솔루스를 인수한 이후 사업부를 나눠 갖는 구조다. 2018년 세계적인 실리콘제조업체인 미국 모멘티브 매각전에서도 국내기업인 KCC와 원익, PEF 운용사 SJL파트너스가 이 같은 방법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회사를 인수한 바 있다.
회사를 인적분할한 뒤 따로따로 매각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사회 결의 및 임시주주총회 개최 등 절차가 복잡해 현재는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