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꿈을 크게 가져라, 꿈은 크게 가질수록 좋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꿈이 인생에서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청년의 꿈은 꿈 그자체로 인정받지 못한다.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 적합한 꿈인지부터 재단받는다. 여성 야구선수라는 꿈은 출발부터 컷오프 될 것이 유력하다.

‘야구소녀’는 고교 야구팀의 유일한 여자로, 프로 선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주수인(이주영 분)의 성장과정을 그린 영화다. 수인은 한 때 최고 구속 134㎞를 뿌리고, 볼 회전력이 강점인 천재 야구소녀로 주목 받았으나 세간의 관심은 ‘반짝’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꿈은 고교 졸업 후 프로팀에 입단해 야구를 계속하는 것. 그러나 여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나 꿈을 펼칠 기회를 잡는건 진짜 꿈같은 일이다. 엄마와 친구, 감독마저도 그정도면 됐다며 포기하라고 종용한다. 주위의 무시와 압박 속에서도 수인은 꿈을 향해 홀로 던지는 묵직한 돌직구…. 그런 그에게 새로 부임한 코치 최진태(이준혁)는 꺼져가던 불씨에 기름을 들이붓는다. 희망이 엿보이기 시작한다.


주수인의 꿈은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더 한정적인 역할만 맡긴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한다. 영화 속에서 ‘프로야구는 남자들만의 그라운드’임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관계자들은 “여자가 어떻게 고등학교 야구부에 들어가냐?, 야구가 무슨 서커스냐, 감독이 아침부터 여자 보면 재수 없다고 빡세게 훈련시킨다”며 야구계에서 여성의 존재를 부정한다.


그러나 그는 사회적 통념에 반기를 들고, 제한된 성 역할과 고정관념에 끊임없이 해방을 외친다. 주변 인물들에게 영향을 받기보다 영향을 끼치며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나간다. 타인이 자신의 미래를 섣불리 예견하는 통념에 반문한다. “사람들이 내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나도 모르는데…전 해보지도 않고 포기 안 해요.”

수인의 꿈이 한 발짝 앞서나갈 수 있었던 건 최진태 코치 덕분이다. 최 코치는 현실의 벽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으로 그려진다. 초반에는 여성인 수인의 존재에 의구심을 가졌고 “포기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프로 진출 실패를 맛봤기에 그는 무모해 보이는 수인의 꿈을 마냥 응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근성 있는 돌직구가 그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였고, 그는 결국 수인의 장점을 키우는데 도움을 준다.

최 코치는 꿈을 가로 막는 세상의 편견을 허무는데도 큰 힘이 되어준다. 수인 엄마(염혜란)에게 “프로선수가 되는 건 수인이가 여자라서 어려운 게 아니다. 수인이는 자기 입으로 못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우리가 못한다고 정해버리면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딸을 조금만 지켜봐달라고 부탁한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인이 어렵게 얻어낸 트라이 아웃(스포츠에서 행하는 선수 선발 테스트이자 입단 테스트)은 끝까지 꿈을 포기 하지 않았기에 주어진 기회다. 트라이 아웃 장면은 뜨거운 환호성이나 웅장한 배경 음악 없이도 긴장감과 감동을 만들어냈다.

주수인은 오늘도 힘차게 공을 던진다. 그에게 명확한 꿈이 있기에 세상의 편견과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을 깨뜨리는 일은 두렵지 않다. 꿈이 멀어보여도, 잠시 멈춰있어도, 더 이상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아도 끝까지 한번 가봐야 한다는 의지는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6월 18일 개봉.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