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강연하고 있다(왼쪽),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6·25 전쟁 70주년 회고와 반성’ 정책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내 평생 가장 치열한 2년을 살아야겠다”며 2022년 대통령 선거 도전을 공식화했다. 원 지사는 “진보의 아류가 되어서는 영원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면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특별강연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장제원 의원이 차기 대권 주자들의 비전을 들어보기 위해 주최한 행사로 장 의원은 인사말에서 “대통령 후보는 당의 권력자 눈에 들어 배출되는 것이 아니다. 누가 점지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원 지사는 강연에서 “세계사에 유일무이한 식민지 후진국에서 G12로 곧바로 수직상승한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고 그 경제성장을 선택하고 주도했던 건 바로 대한민국 보수”라고 역설하면서 “(그런데) 왜 이렇게 소심해졌고 왜 이렇게 ‘쪼잔’해 졌고, 저희가 물려받은 담대한 변화의 유전자를 회복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지금 역사적 사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진보의 아류가 돼서는 여전히 2등이고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며 “보수는 우리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유전자”라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대화하고 있다. 왼쪽은 무소속 홍준표 의원. /연합뉴스
그는 현재 보수 진영의 상황을 축구로 비유하기도 했다. 원 지사는 “축구로 치면 전반전 2대0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후반전이 있다”며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뛰어난 선수와 스태프를 짜서 후반전에 3골을 넣으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력을 인정할 수 없는 상대한테 3연속 참패를 당하고, 변화를 주도했던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잃어버리고, 외부의 히딩크 감독에 의해 변화를 강요받는 현실”이라며 “문제는 어떻게 이길 것이냐이고, 중요한 것은 그 승리가 우리 승리여야 되는 것”이라고 했다.
원 지사는 “‘용병’에 의한 승리가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 보수의 유니폼을 입은 우리에 의한 승리, 역사적 담대한 변화를 주도해왔던 보수의 위풍이 승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극제를 위해서 용병도 필요하다. 히딩크 필요하다. 하지만 패배의 아픔, 당이 어려울 때 전쟁통에 뿔뿔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없어서 차선으로 나갔다들어왔다, 이랬다저랬다 했던 바로 우리 동지들의 엔트리를 가지고 이겨야 된다”고 주장했다.
강연이 끝난 뒤 ‘용병’, ‘외국인 감독’이 김 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그런건 아니다”며 “우리의 모든 인력, 경험, 지도자가 다 동원돼야 한다는 관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원 지사가 이날 김 위원장이 쓰지 말자고 강조한 ‘보수’라는 단어를 여러 번 강조한 점, ‘진보의 아류’, ‘용병’ 등의 단어를 사용한 점 등을 두고 김 위원장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신원식 의원이 주관한 ‘6·25전쟁 70주년 회고와 반성’ 세미나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원 지사가 보수가 진보의 아류가 돼가고 있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그 사람(원희룡 지사)이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 굳이 신경 쓸 게 뭐가 있겠나”라고 반응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