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 /로이터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는 다른 사람에게 거의 전염시키지 않는다고 한 발언을 사실상 번복했다.
9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마리아 판케르크호버 WHO 신종질병팀장은 무증상 감염자의 전염에 대해 “정말 복잡한 문제”라며 “사실 우리는 그에 대한 대답을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8일) 나의 언급은 매우 적은 연구에 관한 것”이라면서 “내가 ‘매우 희귀하다’고 표현했는데, 이를 무증상 전염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하다고 말하는 건 오해라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앞서 주요 외신에 따르면 판케르크호버 팀장은 8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열린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WHO가 보유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무증상 감염 환자가 다른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옮기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판케르크호버 팀장은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전염의 약 40%가 무증상 감염자에 따른 것일 수도 있다고 하지만, 이는 연구 모델에서 나온 결과여서 전날 WHO 정례 브리핑에서 이런 내용을 포함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전염의 대부분은 유증상자에서 비롯되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 일부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준비대응 사무차장도 “유증상자나 무증상자 모두 전염 주기의 한 부분이라는 점은 명백하다”며 “문제는 전체 사례에 대한 각 집단의 상대적 기여도가 얼마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WHO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외부 전문가와 보건 당국자 사이에서는 혼란이 발생했다고 CNBC는 전했다. WHO의 ‘말 바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기존의 지침을 뒤집고 “광범위한 전염이 있고 대중교통이나 상점, 기타 밀폐되거나 밀집한 곳처럼 물리적 거리 두기가 어려운 곳에서는 정부가 일반 대중에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WHO는 마스크의 바이러스 감염 방지 효과를 증명할 명확한 증거가 없고, 의료진이 사용할 물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았다.
WHO는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병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며 늑장 대응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뒤늦은 마스크 착용 권고와 더불어 무증상 전염 가능성과 관련해 또다시 입장을 바꾸며 WHO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 방역 당국은 무증상 환자의 경우 전파력이 유증상자보다 떨어질 뿐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9일 “환자 1명이 몇 명에게 2차 감염을 일으키는지를 나타내는 ‘2차 공격률(2차 전파율)’이라는 지표가 있는데 무증상일 경우 0.8%밖에 안 된다”며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나면 이 수치가 매우 올라가게 되는데 경증일 때는 3.5%, 증상이 심해지면 5.7%까지 올라간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방역 당국으로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증상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전파를 일으키기 때문에 전파 경로를 추적 조사하는 것”이라며 “무증상이 아니라 증상 발현 전인 상태에서도 코로나19는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기 때문에 우리가 접했던 다른 어떤 병원체보다도 전 세계적인 유행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